엘살바도르 부켈레 "독재자라 불려도 좋다…갱단척결 지속할 것"
2기 정부 1주년 연설…현지 언론 "국정운영 지지율 85%대"
2기 정부 1주년 연설…현지 언론 "국정운영 지지율 85%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43) 대통령이 인권 침해 논란에도 3년 넘게 진행 중인 '갱단과의 전쟁' 정책을 옹호하면서 "차라리 날 독재자라고 불러도 좋다"라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보도자료와 엑스(X·옛 트위터)를 보면 부켈레 대통령은 전날 밤 수도 산살바도르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한 집권 2기 1주년 연설에서 "국민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독재자라고 불리길 원한다"며 "저는 갱단 척결을 통해 사람들이 마침내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2019년 대선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37세의 나이로 정권을 잡은 부켈레 대통령은 여대야소 국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 3월 27일부터 3년 넘게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면서 군·경에 강력한 치안 활동을 주문하고 있다.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를 지어놓은 뒤 반바지만 입은 수감자를 한꺼번에 수천 명씩 이곳에 이송하는 모습을 수시로 정부 당국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생중계'하면서 폭력 사태로 골머리를 앓는 주변국에까지 벤치마킹 바람을 불러왔다.
이 과정에 범죄율은 크게 줄었다.
치안 당국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는 총 114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해, 2023년 대비 26% 감소했다. 2019년 2천398건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다만,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사람까지 자의적으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조처 때문에 부켈레 대통령은 서방 언론과 인권 단체로부터 "인권 침해에 앞장선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비상사태 선포 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갱단원이라며 체포된 규모는 8만4천260명에 달한다. 영유아를 포함한 전체 인구(630만명가량)의 1.3% 정도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미국에서 추방된 이들을 '아웃소싱(위탁) 수감'하도록 결정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부켈레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언론이나 사회단체가) 의미를 따지며 말로 논쟁할 때 우리는 결과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의 수호자라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자를 처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이런 리더십은 자국 내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그라피카(LPG)의 여론조사 업체인 'LPG 다토스'가 지난 달 12∼20일 18세 이상 1천51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화 설문 결과(95% 신뢰수준에 ±2.6% 포인트) 응답자 85.2%가 부켈레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가장 큰 성과로는 공공 안전 분야(88.5%)가 꼽혔다고 LPG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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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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