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게 요즘 누가 완투하냐고? 우리는 그냥 끝까지 간다…1위 니폰햄의 반란

니폰햄 투수 이토 히로미.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선발 투수가 7회, 8회까지 던진다. 그러면 “진짜냐?”라고 반문한다. 만약 9회에도 올라온다. “혹사다” 혹은 “미쳤다”라고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게 요즘 인식이다.
마운드의 분업화가 점점 철저해진다. 셋업과 마무리의 역할도 계속 강조된다.
아울러 투수 보호는 시대적인 사명이 됐다. 거스르면 옛날 야구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면서 선발의 임무는 한정된다. 5~6회면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타순을 세 번째 만나는 것은 불리하다. 그런 전략적 판단도 나온다.
이런 세태에 도전하는 팀이 있다.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다. 선발이 완투를 꽤 자주 한다. 시즌 51게임 중 10번을 9회까지 던졌다. 아무렇지 않게 퇴행적인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결과가 중요하다. 그저 그런 성적이면 욕 깨나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당당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29승 20패 2무승부(0.592)로 6할에 육박하는 승률을 유지한다. 2위 오릭스 버팔로즈에 2.5게임 차이로 앞섰다. (이하 2일 현재 기록)
신조 쓰요시 감독이 지휘하는 팀이다. 워낙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더욱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이른바 ‘신조류(流)’라고 불린다.
누가 하나에 의존한 기록이 아니다. 이 팀에 올해 완투를 달성한 투수는 5명이나 된다. 가네무라 쇼우마가 4번으로 가장 많다. 3번이 완봉승이다.
그 다음이 이토 히로미와 기타야마 고우키다. 각각 두 번씩 9회를 채웠다. 또 야마사키 사치야와 대만 출신의 구린 루이양도 한 번씩 완주에 성공했다.

가네무라의 완봉승을 축하하는 신조 감독.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 SNS
신조 감독의 독특한 지론이다. 다른 팀은 따라 하기 쉽지 않다. 아니, 굳이 피하는 방식이다.
니폰햄의 10회 다음은 히로시마 도요 카프다. 5회로 절반 수준이다. 같은 퍼시픽리그에는 한 번도 없는 팀이 2곳이나 된다(소프트뱅크 호크스, 라쿠텐 골든이글스).
그렇다고 혹사라는 덫을 씌울 수는 없다. 투구 이닝수로 따지면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4번이나 완투한 가네무라의 경우 올해 52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 부문 1위 이마이 다쓰야(세이부)의 76이닝에 비하면 68% 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리그에 60이닝을 넘긴 투수가 6명이나 된다.
완투한 투수 중 이토 히로미만 68이닝으로 조금 많은 편이다. 반면 화이터즈의 다른 선발은 40~50회 정도를 소화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머릿수’다. 선발 요원이 넉넉하다. 무려 8명이 로테이션을 돈다. 4~6명이 맡는 다른 팀에 비해 훨씬 여유가 넘친다. 긴 이닝을 던진 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덕분에 팀 전체의 투수 성적도 발군이다. 평균자책점(ERA)은 2.22로 리그 1위다. 2위 세이부(2.44)나 3위 소프트뱅크(2.77)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그리고 이것이 선두로 치고 올라간 요인이다.

대만계 투수 구린 루이양.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 SNS
이런 성공은 평론가들도 바쁘게 만든다. 이른바 ‘올드 스쿨’의 재등장이다.
최근 일본 야구계가 심각하게 반성하는 사건이 있다. 다저스에 진출한 사사키 로키(24)의 부상 관련이다.
그는 대표적인 ‘보호 대상자’였다. 고교시절부터 세심한 관리를 받았다. 고시엔 대회 결승에도 부상 걱정 탓에 등판하지 않았을 정도다. 쥐면 꺼질까, 불면 날까. 그야말로 애지중지의 극치였다.
그럼에도 MLB 첫 해부터 이상이 생겼다. 부상자 명단이 장기화할 우려가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식 투수 육성에 대한 회의론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마냥 아끼고, 보호해 준다고 정답은 아니다. 사사키 로키는 그런 식으로 과보호하다가 출력을 잃고, 스피드도 떨어졌다. 신조의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은 어느 정도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것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완투에 대한 동경이 크다. 모름지기 에이스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구로다 히로키(히로시마→다저스→양키스)는 일본에서만 76회의 완투 경기를 달성했다(ML에서는 6회).
전설의 투수 덴튼 영(사이 영, 1867년~1955년)은 이 부문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생애 통산 749번을 완주했다. 덕분에 총 투구 이닝수는 7356회에 이른다.
KBO 리그의 경우 올 시즌 완투 경기는 이제까지 4번이 전부다. KT(고영표 9회), LG(임찬규 9회), 한화(문동주 9회)와 삼성(아리엘 후라도 8회)이 각각 한 번씩 기록했다.

올해 4차례의 완투 경기를 펼친 가네무라.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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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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