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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힘차게 달릴 순 없으니까…해독할 때 챙겨야 할 '이것' [쿠킹]

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지며 염증 수치는 제자리로, 체중은 20㎏ 감량한 정성희 소장은 아픈 후에야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하죠. 건강관리에 진심인 영양사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어떤 것들일까요.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이 치열하게 겪은 경험담입니다.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COOKING〈나를 바꾸는 음식〉에서 확인해보세요.

나를 바꾸는 음식 ⑪ 녹두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엔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 픽사베이
꽉 끼던 옷이 헐렁해졌을 때의 즐거움,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아진 느낌. 바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을 때의 기분이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짜릿하고 뿌듯한 이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몸이 가벼우니 체력이 좋아진 것 같고, 심리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그렇게 이 상태를 3개월 정도 유지하면, 몸은 새로운 균형점에 적응하게 된다.

성공의 기억은 ‘확신’을 심어준다. 이 방법과 이 기세라면 앞으로의 감량도 문제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한 차례 살을 빼고 나면, 전과 같은 방법으로는 지속적인 감량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전력 질주를 한 직후, 다시 전력 질주를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때는 잠시 몸을 해독하며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살 뺐는데, 왜 불편할까?
내 경우를 예로 들면, 건강을 위해 살을 빼기로 한 최종 목표는 ‘20㎏ 감량’이었다. 그리고 3개월에 걸쳐 체중의 15%(약 10㎏)를 감량했다. 처음엔 모든 게 좋았다. 그런데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몸이 ‘좀 힘들다’는 걸 눈치챘다. 감기에 잘 걸리고 방광염 증상이 보이며, 머리카락이 더 빠지는 등 여러모로 몸이 불편했다. 면역력도 체력도 떨어졌다는 걸 그제야 느꼈다. 게다가 똑같은 식단과 활동에도 체중 역시 정체 중이라 답답한 마음이 이어졌다.

이런 상태에선 자칫 ‘나’를 탓하기 쉽다. 관리가 느슨했던 걸까? 뭔가 잘못한 게 있나? 하지만 원인은 대체로 다른 곳에 있다. 목표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이미 체중을 많이 뺀 상태라 몸이 적응 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변화한 체구성에 맞게 대사 시스템(기초대사량 변화와 소화력 등)이 적응하는 것이다. 전력 질주 뒤에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몸에 새로운 순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노화로 인한 대사 저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노화할수록) 소화력은 감소한다. 실제로 감량 당시 40대였던 나는 소화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도의 전통의학 체계인 아유르베다에서는 “음식이 소화되지 않으면 독소(대사 독소)가 발생하고, 독소는 질병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이때는 건강관리의 최우선을 ‘소화’에 둬야 한다. 평소 음식을 따뜻하게 먹고, 재료는 익혀서 사용하고, 식사는 진짜 배고플 때 먹어야 한다.

몸에도 ‘재설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유르베다에서는 녹두를 해독 기능이 있는 음식으로 설명한다. 사진 픽사베이
소화에 문제가 있거나,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소화를 위한 여러 요법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데, 해독과 정화요법도 그중 하나다. 몸을 재설정해서 새로운 순환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유르베다에서는 음식 중에 가장 가벼우면서 소화가 잘되는 물질로 ‘녹두’를 꼽는다. 소화가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체내 독소와 염증을 없애는 해독 기능까지 있어, 몸이 편안해지도록 도와주는 음식이 바로 ‘녹두’이다.

영양성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녹두는 풍부한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함유한 동시에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포함한다. 그중에서도 마그네슘은 지방과 탄수화물 대사를 돕고, DNA·RNA 생합성과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체내 효소 반응에 관여한다. 또 심장 세포의 안정화와 혈압과 세포 내 칼슘 및 칼륨 조절 기능을 한다.

녹두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K는 뼈를 단단하게 한다. 엽산은 심장 건강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간 해독에 도움을 주는 몰리브덴은 체내의 약물과 독소를 처리하는 효소의 구성성분이다. 녹두에 포함된 다양한 플라보노이드의 항염작용 역시 신경 세포 보호와 간 해독을 보조하며, 펩타이드는 중금속을 해독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식이섬유는 장내 활동성을 증가시켜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준다.

몸을 식혀 쉬게 해주는 ‘녹두’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 나는 녹두죽이나 녹두차를 마시곤 한다. 녹두의 성질이 차갑고 가벼우며 움직이는 성질이 우세한 ‘바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위에 뜨거워진 몸을 효과적으로 식혀준다. 또, 요가나 마음 수련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녹두는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재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녹두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한데,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불안이나 우울증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마그네슘 부족이 고혈압・인슐린 저하・골다공증, 그리고 우울증 불안장애 개선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녹두를 가장 쉽게 섭취하는 방법은 역시 녹두죽이다. 반나절 정도 물에 불린 녹두를 푹 삶은 후에 믹서기나 푸드프로세서를 이용해 충분히 갈아준 다음, 미세하게 남은 껍질이나 이물질을 체로 걸러낸 후 죽을 끓인다. 과식한 다음 날이나 체했을 때, 또는 감량을 위해 24시간 이상 단식한 후에 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

인도식 녹두죽 ‘키처리’도 있다. 당근이나 고구마 같은 단단한 채소와 불린 녹두, 그리고 강황·생강·큐민을 함께 볶다가 물을 붓고 죽처럼 끓여 만든다. 채소는 당근·고구마·호박·병아리콩 등으로 그때그때 바꿔가면서 다양하게 활용하면 된다. 강황이나 생강 같은 향신료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성질이 차가운 녹두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기운을 내고 싶으면서 동시에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땐 녹두를 넣고 백숙이나 삼계탕을 끓이면 좋다. ‘보양식’이란 묵직한 음식에 녹두가 가진 풍부한 무기질이 더해져 영양 균형을 맞춰주는 건 물론이고, 소화도 잘되게끔 돕는다. 더 가볍게 먹고 싶을 땐 녹두전도 있다. 푹 삶아 익힌 녹두를 믹서에 갈고 돼지고기와 김치, 청양고추를 다져 넣고 부쳐 먹으면 기운이 나고 속도 편안하다. 또 녹두 싹을 틔운 숙주나물을 차돌박이와 볶아도 맛있고, 숙주와 알배추를 넉넉히 넣은 소고기 샤브샤브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며 기운도 나게 해준다.

건강관리에 있어 중요한 건 ‘목표’보다 ‘균형’
이렇게 감량과 해독을 반복하며, 나는 목표한 20㎏을 감량했다. 단계별로 보면 처음 3개월에 10㎏을 감량했고, 그 후 3개월 동안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해독 과정을 거쳤다. 이후 3개월 동안 5㎏을 감량하고 6개월을 유지했으며, 다시 3개월 동안 5㎏을 감량한 다음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총 세 번의 집중 감량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사실, 내가 녹두를 가장 처음 먹었던 때는 첫 아이 출산 후였다. 출산하고 100일이 지났을 무렵 어머니가 “녹두를 먹어야 보양식과 한약을 많이 먹은 몸을 해독할 수 있다“며 직접 요리를 해주셨다. 한 생명을 세상에 내보낸 후 비워진 몸에 이로운 음식과 약재의 기운을 채우면, 몸에는 독도 함께 쌓일 수 있다면서 말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이라 해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인데, 의학과 한의학, 그리고 아유르베다 경전에서도 중요하게 명시하는 내용이다.

몸을 보호하는 방법은 언제나 균형이 중요하다. 그런데 균형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스스로 잘 챙겨왔음에도 왜인지 속이 더부룩한 한 날, 몸이 피곤한 날을 어김없이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몸 관리도, 마음 관리도 매번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만 할 순 없다’고 말이다.

그다음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달리던 일상을 멈춰 나를 점검하고 휴식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녹두를 준비한다. 내가 녹두를 물에 불린다는 것은, 한 차례 쉼을 가지고 다음 변화를 준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성희 영앙사 [email protected]


정성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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