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확실] 개선 흐름탔던 한일 협력관계, 이어질수 있을까…전망은 엇갈려
전문가 사이 이견…"한일관계 유지될 것" VS "낙관적이지 않아" 이 후보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시바 총리 "양국은 중요한 이웃"
전문가 사이 이견…"한일관계 유지될 것" VS "낙관적이지 않아"
이 후보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시바 총리 "양국은 중요한 이웃"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직전 윤석열 정부 때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받던 한일 협력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에 앞선 문재인 정부 때에는 양국 관계가 삐걱댔던 것을 떠올리는 일본에서는 불안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후보는 이런 시선을 감안한 듯 공약 등을 통해 대외정책에서 '국익과 실용' 중심의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 이 후보 "한미일 협력 견고히 할 것"…친일·반일 양자택일 지양 모색
이 후보는 대선 외교안보 정책 발표문에서 "한미일 협력을 견고히 하겠다.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노선을 내세운 만큼 큰 변수만 없으면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는 한일 관계 운용 방안에 대해 지난달 26일 "친일이냐 반일이냐 하는 양자택일 방식이 아니라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간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원칙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일본을 비롯한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 4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도모하는 한편, 유럽과의 협력 강화, 통상·공급망 기반 경제외교 확대 등을 통해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 일본 정부도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양국 관계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한국의 탄핵 정국 이후 "일본과 한국은 서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현 전략 환경하에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 일본 전문가들도 양국 관계 전망은 엇갈려
일본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후 양국 관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쿄대 대학원 기미야 다다시 특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후보가 과거 일본에 비판적 발언을 해 걱정하는 일본 분들도 있지만 현재의 국제 환경에서 한일관계를 바꿔 얻을 실익이 별로 없다"며 "새 정부가 한일 관계를 크게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 2개의 적대적 국가라고 천명한 북한, 글로벌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 험악한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한 상황이라 같은 민주당 정부라도 문재인 정권 때의 한일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한미동맹 강화나 한미일 협력 기조는 현 국제환경에서 계속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 이 후보도 최근 그런 기조로 말해왔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새 정부가 당장 중시하는 분야는 경제인 만큼 "한일 관계를 급격하게 변경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변화가 있더라도 미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도 "일본 정치권에서는 다시 문재인 정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출신이라고 문재인 정권 때와 단순히 연결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는 실리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보이며 양호한 한일관계에서 이익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두 가지 불안감이 있다며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진보 정권으로서 역사 문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이 후보의 개인 성향에 따른 일부 과격한 발언이 반복될 우려를 그는 불안 요소로 들었다.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12월 이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고 팽창주의를 지속한다면 첫 번째 희생양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적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무라 교수는 "말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새 정부도 미일 중심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지만 이 후보가 일본에 대해 다시 과격한 발언을 몇차례 반복하면 정권 기반이 약한 일본 측 이시바 시게루 정권도 여론 때문에 한일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수 정권에 비해 진보 정권이 역대로 일본 자민당과 인적 네트워크가 다소 약한 점도 양국 간 갈등 관리에 취약 요소라고 그는 짚었다.
◇ 변수는 역시 역사문제…주목되는 이벤트는 수교 60주년
새 정부에서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는 역시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사도광산, 교과서 등 과거사와 영토 문제인 독도가 꼽힌다.
지난해에도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노역했던 사도광산 관련 추도식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났다. 추도식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일본 정부가 열기로 약속한 조치로, 한국 정부는 추도식 하루 전에 전격 불참을 결정하고 따로 추도 행사를 열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된 윤석열 정부에서조차 사도광산 추도식 갈등이 터졌다는 사실은 양국 간 과거사 갈등 해소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로 인식이 다름을 전제하고 갈등 확산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무라 교수는 "프랑스와 독일 등의 사례를 봐도 역사나 영토 문제에 대한 견해차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양국 관계는 현재 경제·사회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만큼 현 관게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교수도 "양국이 서로 국민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양국 모두 성숙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들어 한일 관계의 향방을 점칠 중요 일정으로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 8월 15일 광복절 등이 거론된다.
당장 이달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내놓을 이 후보의 메시지가 향후 임기 중 대일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국교정상화 50주년 때인 2015년에는 일본 정부 주최로 6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이, 도쿄에서 개최된 한국 정부 주최 리셉션에는 아베 당시 일본 총리가 교차 참석하기도 했다.
광복절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경축사에서 역사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아 일본 언론에서조차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만큼 새 대통령의 연설 기조 변화 역시 주목된다.
기미야 교수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와 달라진 국제환경에 맞춰 새로운 공동선언이 나올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60주년은 취임 후 시간이 촉박해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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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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