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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

한은화 내셔널부 기자
한국 수상자가 단 한명도 없다. 1979년 미국 하얏트 재단이 제정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이야기다. 매년 3월 수상자가 발표되면 축구 스코어처럼 수상자를 비교하게 된다. 일본은 수상자가 9명인데 한국은 0명이다. 한·일전 양상으로 가게 되니 자존심이 상한다. 최근 서울시는 대한민국 1호 프리츠커상을 키우겠다며 건축기행에 나서기도 했다. 서구 건축가 위주의 상을 놓고 한국이 왜 전전긍긍하느냐는 식의 논쟁은 일단 차치하자. 수상자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풍토가 문제다.

지난해 개관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의 전경. [사진 서울시]
건축가 홀로 노력해서 좋은 건축물을 짓긴 어렵다. 건축주·건축가·시공자가 삼박자를 잘 맞춰야 한다. 그런데 국내 건축 시장의 주요 건축주인 정부와 지자체는 한국 건축가에게 유독 인색하다. 건축계에서 최근 회자되는 프로젝트는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다. 터키 건축가 멜리케 알티니시크가 설계해 지난해 8월 도봉구 창동에서 문 열었다. 당초 사업비가 218억원이었다가 417억원으로 늘어났다. 구(球) 형태의 외관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공사비가 더 들 것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결국 배 가까이 증액됐다. 고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공사비가 당초 계획보다 수천억원 증액됐다. 늘어난 공사비에 연동해 설계비도 늘어났다. 한국 건축가가 두 건물을 설계했다면 공사비가 증액되지 않아 제대로 짓지 못했을 것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은 국제지명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일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가 설계했다. 그는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전혀 없는, 국제무대에서 무명 건축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비슷한 규모의 박물관을 많이 설계했고 그 경험이 밑거름됐다. 일본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소감이었다.

실력 있는 건축가가 좋은 프로젝트를 만나 더 성장하는 일, 간단한 듯하지만 쉽지 않다. 공공건축 설계 공모를 대행하는 조달청 공모전의 경우 몇몇 설계사무소가 절반 이상을 독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놓고도 말이 많다. 실무 경험이 많은 건축가보다 교수와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 위주인데 스스로 추천해 풀로 들어간다. 심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숱하다. 조달청 공모전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다.

새 정부에서는 이런 불공정한 공공건축 판을 바로 잡았으면 한다. 매년 수십조원의 세금을 쓰는데 잘 짓도록 힘써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한국 건축가도 성장하고 국민도 잘 지은 공공건축물을 누릴 수 있다.





한은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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