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확실] 중국 전문가들 "한중관계 개선 흐름…이익 균형 찾아야"
"올해 APEC 등 고위급 소통 기회…북핵 고도화·북러 밀착 속 中과 전략적 대화 필요"
"올해 APEC 등 고위급 소통 기회…북핵 고도화·북러 밀착 속 中과 전략적 대화 필요"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중 관계 전문가들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한동안 냉각기를 겪은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봤다.
이들은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문제 등에서 한국 외교의 전략적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음은 관련 전문가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한국은 그동안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할 것이라고 보고 '동맹 강화'에 올인했는데, 그 결과 한중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중이 작년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새로운 변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에 계엄 사태가 터져 양국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더 커졌고, 특히 중국은 주변국 관계 안정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한중이 이익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북한 문제는 복합 방정식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미국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가 북한 비핵화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 역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에서 미국도 방법론이 분명치 않고, 중국도 미국보다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이는 등 모든 행위자에 딜레마가 있다.
각 당사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하고 중간 단계에서 실무적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데, 각국이 다양한 비공식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중에 한중 간에도 전략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우리 외교에서 한미 동맹이 근간이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지만, 중국이 윤석열 정부가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 협정을 맺은 것을 중국은 자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보고 마음을 닫았던 분위기는 새 정부에서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중 관계의 큰 문제는 국민감정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이런 시기에 중국이 서해 양어장을 설치했다고 하고,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고 하고, 중국인이 우리 중요 시설 사진을 찍었다고 하면 한국인들의 감정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서 어떻게 중국과의 소통이 이뤄지느냐,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느냐가 향후 한중 관계에 결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한중 관계를 이야기할 때 북한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곤 하지만 한국에 북한은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은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고 놔두면 북러 밀착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북한이 재래식 무기까지 갖추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것을 국민들에 설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중국에 할 수 있어야 한다.
◇ 문일현 중국정법대 객좌교수
중국은 한국의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중국의 선거 개입 등을 거론하는데도 관영매체 보도를 자제시키는 등 양국의 민족주의적 갈등이 더 번지지는 않도록 노력했다. 대선 기간에도 윤 전 대통령을 비방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했다는 점 등이 주목된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우선 긍정적인 한중 관계 흐름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고, 올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고위급 채널과 정부 간 소통 조건이 좋아 보인다.
중국은 이재명 정부가 미중 관계에서 미국에 너무 편향되지 않고, 중일 관계에서 전임 정부와 달리 균형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또 중국은 미중 관세 전쟁 속에 '저관세 블록'이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한국·일본·유럽과 유대 관계 구축을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며 한국 역할을 요청한다. 한국의 전략적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은 북러가 밀착하고, 북한이 유사시 한반도에 러시아가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종전처럼 북한 우호적인 정책을 지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한반도에서 남북한에 균형 잡힌 외교를 하려 할 것이고, 이 역시 우리가 움직일 공간이 될 수 있다.
◇ 자위쉬안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CG) 연구원
이재명 후보가 중국에 대해 실용적 협력의 기본 방향을 이어갈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간 알려진 정견을 보면 그는 경제와 민생, 지역 평화를 핵심 위치에 두고 반도체·녹색 전환·문화 교류 등 영역에서 중국과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동시에 한국이 전략적 자주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당선이 한중 관계에는 정치적 온기와 경제·문화적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략적 상호 불신을 진정으로 해소하고 민감한 안보 의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한국의 전체적인 대외 정책 방향과 내외부 정치적 제약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누가 한국의 지도자가 되든 중국은 상호존중·호혜윈윈의 정신에 따라 한국과 협력의 최대공약수를 탐색할 것이다. 이 후보가 한국의 정당한 안보 관심사를 보호하는 동시에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양국이 정치·경제·문화 등 영역에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이끈다면, 한중 관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책이 안보 문제에서 다시금 '편 먹기' 경향을 보인다면 양국 관계의 구조적 도전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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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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