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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시선] 토트넘은 ‘테세우스의 배’일지도

장혜수 스포츠부장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맞대결이 확정된 건 지난달 9일이다. 그날 끝난 대회 준결승전에서 토트넘은 보되/글림트(노르웨이)를, 맨유는 빌바오(스페인)를 각각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 무렵에 소셜미디어에는 사진 한장이 돌았다.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킥오프 직전에 찍은 토트넘의 선발진 사진이다. 한가운데에 당시 주장인 해리 케인이 자리를 잡았고, 뒤쪽에 델레 알리, 그 바로 앞에 크리스티안 에릭센, 그 옆으로 환하게 웃는 손흥민이 보였다. 사진 옆에는 ‘이제 손흥민 하나 남았네’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우승한 토트넘 선수단 강화 나서
사우디 이적 가능성 커진 손흥민
팬심이 향한 건 팀일까 선수일까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킥오프 직전에 찍은 토트넘의 선발진 사진. 레딧 캡처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배는)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중 ‘테세우스’ 편 23절)

토트넘은 2019~2020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리버풀에 0-2로 져 준우승했다. 그 대회를 포함해 지난 17년간 그 어떤 대회 정상에도 오르지 못했던 토트넘이 결국 지난 22일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유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국내외 미디어 공히 손흥민에 주목했다. 앞서 그 사진 한장이 모든 이유를 설명한다. 준우승으로 끝난 6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후 토트넘 선수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 킥오프 직전에 찍은 토트넘의 선발진 사진에는 손흥민조차 없다. 부상 여파로 교체 선수 명단에 올랐다. 손흥민은 후반전에야 경기에 투입됐다. 그래도 종료 순간의 감격은 한껏 누렸다. 시상식장에서 트로피를 힘차게 치켜든 이도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다.
지난달 21일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 선수가 동료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저서 『몸에 대하여(De Corpore)』에서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한술 더 뜬다. 만약에 테세우스의 배에서 나온 낡은 판자들을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 똑같은 배를 만든다면, 그 배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새로운 판자로 개비한 첫 번째 배와 낡은 판자를 사용해 만든 두 번째 배 중 어느 것이 진정한 테세우스의 배인가.” (김영민 『한국이란 무엇인가』 200쪽)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는 맨유가 아닌 토트넘을 응원했다. 과거에도 토트넘을 응원한 건 아니다. 이번에는 한국 선수 손흥민의 토트넘이었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2006년 4월 17일에도 맨유와 토트넘이 맞붙었다. (두 팀은 사실 매년 서너 번 맞붙는다.) 당시에는 맨유를 응원했다. 맨유가 ‘국민 구단’으로 불리던 시절이다. 2005~2006시즌 프리미어리그 막바지였는데, 토트넘의 한국 선수 이영표와 맨유의 한국 선수 박지성이 경기 내내 경합했다. 전반 36분 박지성은 이영표가 드리블하던 공을 빼앗아 웨인 루니의 결승골(맨유 2-1 승)을 도왔다. 그때 환호했는지 기억은 없다. 경기 도중 박지성이 이영표의 한 손을 잡고 위로하던 사진 한장이 깊게 각인된 경기다.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좋아요.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 “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경우죠. 배 전체를 다시 지었다면 테세우스 2호가 되겠죠.”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 132쪽)

유로파리그 결승전과 이어진 축제의 시간으로부터 열흘쯤 됐다. 경기가 열렸던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경기장 잔디를 적신 선수들 땀방울은 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토트넘 선수단 개편 소식이 들린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 대회 위상이나 상금 면에서 챔피언스리그는 1부, 유로파리그는 2부 격이다. 손흥민을 이미 이적 시장에 내놨다는 얘기도 들린다. 계약 종료 1년을 남긴 손흥민을 팔아 그 이적료로 더 젊고 강한 선수를 사려는 계획일 테다. 사우디아라비아리그 팀들이 손흥민 영입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더는 이른 새벽잠을 깨 토트넘 경기를 챙겨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올해 그 팀과 다른 팀일 테니.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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