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광의 세계는 첩보 전쟁] 보복 살해 공포에 떨던 북한 고위 인사

김정일 비판하던 이한영 피살에
안가에 머물던 북한 외교관 SOS
‘새벽 인기척’ 확인하니 신문배달
보복 부인하며 흔적 남기는 수도
안가에 머물던 북한 외교관 SOS
‘새벽 인기척’ 확인하니 신문배달
보복 부인하며 흔적 남기는 수도
![1997년 2월 북한 ‘로열패밀리’ 출신 이한영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피격 당한 현장. [중앙포토, BBC]](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4/25395785-255c-4004-9496-c07057ccbdd6.jpg)
고위 탈북자 보호하다 느낀 인기척
![의료진의 이한영씨 피격 부위 설명. [중앙포토, BBC]](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4/171d37ca-4fd7-47b4-aec8-ab9b5eff3280.jpg)
![이한영씨 피살 현장서 발견된 탄피. [중앙포토, BBC]](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4/3668352c-dfcc-467c-bb2b-8a1a970018c4.jpg)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암살의 목적이나 원칙이 한 가지 추가된다. 최고 권력자가 곧 체제의 상징이며, 권력자 개인에 대한 모욕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최고 권력자의 권위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암살도 불사한다. ‘우리 소행임을 알게 하라’는 듯이 배후를 짐작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추적이 가능한 흔적을 남긴다. 최고 존엄에 대한 도전은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공포의 시그널이다.
당직 근무 중 들어온 이한영 피격 보고
![이한영씨가 피격 직후 후송 된 병원 모습. [중앙포토, BBC]](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4/a7e98ce1-e3cf-4ef8-a780-cbf53721a103.jpg)
암살자는 이한영이 살던 14층 복도에 대기하고 있다가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권총으로 이마를 정확히 저격했다. 이것은 ‘제거’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배신자에 대한 공개처형’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되는 자는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제거한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였다. 특히 황장엽 같은 고위급 망명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충분히 연출된 것일 수 있었다.
푸틴 비판 뒤 의문사한 스파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한 뒤 의문사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중앙포토, BBC]](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4/d6efff88-9325-491d-bbf0-c33e9bf11f3f.jpg)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러시아 연방보안부(FSB)에 재직 중이던 1998년 FSB가 반체제 인사 암살을 지시했다고 폭로했고, 2000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푸틴을 “살인자” “범죄조직의 수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6년 11월 런던의 한 호텔에서 방사성 물질 폴로늄-210에 의해 독살당했다.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러시아군 정보기관(GRU) 소속 이중 스파이로, 영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하다 체포된 후 2010년 포로 교환을 통해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2018년 주거지 인근 쇼핑몰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되었고, 생명은 건졌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러시아는 리트비넨코와 스크리팔 사건 모두에 대해 암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서방의 조작된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암살에 사용된 물질이 남긴 흔적은 명확히 러시아를 가리킨다. 리트비넨코에게 사용된 폴로늄-210은 자연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극독성 희귀 방사성 동위원소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관의 통제 없이 입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크리팔에게 사용된 노비촉 역시 소련 시절 군용으로 개발된 극초강력 화학무기로, 러시아 GRU 외에는 제조 및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물질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의혹을 철저히 부인하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 암살자가 잡히지 않아도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묵시적 공감대는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선택한 전략이다.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반역자에게는 어디에도 피할 곳이 없다.”
러시아는 은폐와 과시를 동시에 수행하는 모순적인 전략을 통해 망명지조차 안전지대가 아님을 국내외 정보 요원들에게 주지시킨다. 이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러시아 안보 체계의 무서움과 무자비함을 드러내는 정치적 메시지다. 푸틴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배신자에게는 관용이 없다” “나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강한 지도자다”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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