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현의 글로벌 이슈 진단] 아시아판 나토 창설 시동 건 미·일…호주·필리핀 가세

중국의 안보 위협 강화 맞서
‘태평양 방위조약’ 본격 추진
한국·뉴질랜드·인도도 후보
“한국, 결단의 순간 다가와”
‘태평양 방위조약’ 본격 추진
한국·뉴질랜드·인도도 후보
“한국, 결단의 순간 다가와”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만난 4개국 국방장관들. 왼쪽부터 미국 피트 헤그세스, 호주 리처드 말스, 일본 나가타니 겐, 필리핀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 [EPA=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4/b42d4a89-b50f-4d8b-b965-2bed2c9310e3.jpg)
이시바 총리 안보구상의 현실화
현재까진 가칭 ‘태평양 방위조약(Pacific Defense Pact)’이라고 불리는 이 아시아판 나토에는 중국의 안보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이들 3개국(일본, 필리핀, 호주)과 미국이 초기 멤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들과 이미 양자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한 ‘쿼드(Quad)’와 구별하기 위해 이들 4개국을 ‘스쿼드(Squad)’라고 부르고 있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 움직임은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타임 테이블(2023년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 공개)에 맞춰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쿼드 국가들은 2차 대전 이후 창설된 나토가 초기 12개국에서 출발해 현재 32개국으로 성장한 것처럼, 초기 4개국 외에 추가 회원국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캐나다·영국·미국과 함께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정보공유그룹에 속해있는 뉴질랜드, 미국의 막강한 동맹인 한국, 나아가 원조 비동맹 국가인 인도를 잠재적 참가국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움직임은 지난 1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를 하나로 간주해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하자는 구상(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을 밝힌 것이다. 당초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반도와 동·남중국해 지역을 하나의 전쟁구역(one theater)으로 보고 공동 대응하자는 구상을 주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지나치게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날 나가타니 방위상은 일단 군사적 색채가 옅은 ‘오션’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의 ‘원 시어터’ 구상은 전제조건
‘원 시어터’ 구상은 인·태 지역에 집단방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유럽 전체를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보는 나토처럼, 인·태 지역을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봐야 집단방위 체계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나가타니 방위상은 지난 4월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을 만나 원 시어터 구상을 설명했다. 당시 나가타니 방위상은 동서로는 중동부터 태평양, 남북으로는 중국부터 호주까지 그려진 A3용지 크기의 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중국의 대미 방어선인 제1, 제2 도련선과 중국군의 동향 등을 상세하게 공유했다고 한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 움직임은 동맹국의 안보 부담과 전략적 유연성(주둔 미군의 역할 조정) 강화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DS) 변화 움직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미국의 속내를 분명하게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은 중국의 침략 저지를 위해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중국발) 위협에 직면하면서도 국방비 지출을 덜 하는 상황에서 유럽에 지출을 늘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나토 유럽 회원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는 집단방위 체제 구축의 필수 요소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얼마 전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미국이 인·태 지역에서 직면한 대만, 중국, 북한, 러시아 등 모든 과제를 개별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북한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태 전역과 미국 본토에서 수만 명의 병력이 보강될 것이고, 만약 한국 내 일부 병력의 재편성이 이뤄진다면 (거꾸로 생각하면) 궁극적으로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한반도 포함에 우려 전달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4년간 국방부 인·태 차관보를 지낸 엘리 래트너 마라톤 이니셔티브 소장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한국은 ‘태평양 방위조약’의 분명한 후보”라며 “한국은 방위력을 중국에 더 집중하고, 일본과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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