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걷든 카메라 들게 된다, 2000년 역사 품은 '신의 휴양지'

신의 휴양지

안탈리아는 기원전 2세기께 세워진 도시다. 2000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건축물을 비롯해 오스만 튀르크 제국 시절의 문화유산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로마 제국 유적 옆에 그리스 시대 기둥이, 또 그 건너편에 이슬람 고적지가 자리 잡고 있는 식이다.
안탈리아의 대표 문화유산은 1만5000석 규모의 아스펜도스 원형극장이다. 2세기에 지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설계도 과학적이다. 별다른 음향 장치가 없는데도 무대에서 내는 소리가 맨 꼭대기 객석까지 선명히 들린다.
그리스의 숨결이 남아있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들던 찰나. 현지 가이드 풀야 바크르가 ‘아리랑’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노랫소리가 객석을 한 바퀴 돌며 메아리치는 무형(無形)의 장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너나 할 것 없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해변을 따라 각양각색의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이 줄지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네를 누볐다. 튀르키예식 디저트 로쿰과 함께 농어찜, 새우 스튜 같은 지중해풍 해산물 요리가 명물로 통한다.
지중해 밤바다

수천 년 전 고도를 걷다 보면 바닷가 끄트머리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 다다른다. 기둥 몇 개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위용이 여전히 강렬하다. 가이드 바크르는 해 질 녘의 아폴론 신전을 가리키며 “보랏빛 노을을 품은 모습이 넋을 잃게 한다”며 감탄했다. 외국 손님에게 경복궁을 소개할 때 우리의 표정이 딱 저랬을까.

바크르는 “유럽에서 온 휴양객이 많고, 관광지로 개발된 지역이라 이슬람 문화가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탈리아가 튀르키예 같지 않은 튀르키예로 느껴지는 이유다.
여행정보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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