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에서도 최정상급, 155km보다 살벌한 데이터들…롯데가 흙속에서 찾은 1선발, 6억 투자 증명하나
[OSEN=부산, 조형래 기자] “1선발 역할을 기대한다.”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새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에 대한 기대감을 딱 “1선발”로 정했다. 왼쪽 어깨 견갑하근 손상으로 방출된 찰리 반즈에게 기대했던 1선발 역할을 감보아가 대신 해주기를 바랐다.
일단 감보아는 시속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뿌릴 수 있었다. 과거 두산 시절부터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1선발과 함께했던 김태형 감독이 원하던 유형이었다. 다만, 메이저리그 경험은 전무했다. 이름값은 약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슈퍼스타들이 모이는 최고의 팀이자 효과적인 육성 시스템까지 모두 갖춘 LA 다저스 산하에서 착실히 성장해 왔다. 어쩌면 다저스가 아니었다면 메이저리그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선수를 롯데는 겨우 데려올 수 있었다. 물론 롯데가 원하던 최고의 매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열악한 조건 속에서 빠르게 발품을 팔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선수 리스트에 아예 없었던 선수도 아니었기에 롯데는 감보아를 선택했다. 이적료 10만 달러, 연봉 총액 33만 달러, 총 43만 달러(6억원)를 투자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5월 2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데뷔전에서는 우려를 낳았다. 허리를 숙이는 독특한 루틴이 발목을 잡았다. 삼중도루를 허용하는 등 삼성의 빠른 타자들에게 적잖이 고전했다. 데뷔전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4⅔이닝 5피안타 1볼넷 2사구 9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기록은 아쉬웠지만 그 중에서도 구위를 확인했고 내용 자체는 호평을 받았다.
3일 사직 키움전이 본격적인 시험대였다. 앞으로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돌게 되는 상황. 그리고 삼성전에서 문제가 됐던 독특한 루틴을 완전히 버렸다.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공을 100% 완벽하게 뿌렸다. 7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였다. 제구력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날 볼넷 단 한개만 허용했다.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고 롯데는 2연패에서 탈출, 3위 자리를 지켜내며 한숨을 돌렸다.1회부터 시속 155km의 패스트볼을 뿌린 감보아는 7회 마지막 타자, 오선진에게 뿌린 99번째 공도 이날 최고 구속인 시속 155km를 찍었다. 스태미너에도 전혀 문제 없다는 것을 과시했다. 패스트볼 59개, 슬라이더 21개, 커브 12개, 체인지업 7개 등의 구종을 구사하면서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구속 자체도 위력적인데 다른 투구 데이터들이 살벌하다. 감보아의 패스트볼은 떨어지지 않는다. 중력 때문에 투수들의 공은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한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되면 공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를 수치화 한 게 수직무브먼트다. 수직무브먼트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중력의 영향을 덜 받고 타자들은 공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감보아는 이 수치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최정상급이다. 롯데 구단이 측정한 트랙맨 데이터에서 감보아의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는 53cm다. 메이저리그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100개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수직 무브먼트 1위는 LA 다저스의 알렉스 베시아로 21.4인치, 54.3cm다. 감보아는 그에 버금가는 수직무브먼트 수치를 찍고 있다.패스트볼 분당 회전수(RPM)도 평균 2447회로 이 역시 최정상급이다. 메이저리그와 KBO의 공인구의 차이가 있지만 감보아는 표본은 적지만 리그 최고의 패스트볼을 가진 투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감보아는 “공인구를 잡아보니까 내 손에 딱 맞다. 완벽하다는 느낌이 나는 것 같다”라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인구와의 궁합이 좋으니 세부 데이터나 결과까지 좋게 나오는 것.
이날 카윰존 삼진은 6개로 이닝 당 1개에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빗맞은 땅볼 9개, 힘없는 뜬공 6개 등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피안타 2개가 기록됐지만 모두 빗맞은 타구들이었다.
키움이 현재 리그 최하위라고 할지라도 젊은 타자들이 중심인 팀이다. 패스트볼 타이밍을 잡는 게 좋은 팀이다. 그러나 이런 팀을 상대로 감보아는 정타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감보아의 구위가 대단했고 1선발의 피칭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롯데가 흙속에서 찾아온 감보아는 과연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끌어 갈 1선발 귀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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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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