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날 날아온 '독촉장'...트럼프, 철강 관세 2배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3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2배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또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중인 모든 국가에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제시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다음달 8일 만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전에 협상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로서는 출항과 동시에 미국의 독촉장을 받은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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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철강 관세 2배로…자동차·반도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한 철강 관세 관련 포고문에서 “이전 관세(25%)는 가격적 지원을 미국 시장에서 제공했다”면서도 “국가안보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생산 능력 활용률을 달성하고 유지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관세 인상 배경을 밝혔다.
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를 둔다. 지난달 미 연방국제통상법원(CIT)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와는 무관하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 관세율을 갑자기 2배로 올린 것은 위법 시비가 없는 관세를 통해 무역 상대국에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법에 근거해 부과된 25%의 자동차·반도체·목재·의약품 관세 역시 언제든 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상호관세 유예 종료)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서한을 모든 교역 파트너에 보냈다”며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게 4일까지 최상의 제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이 상호관세는 물론 품목관세까지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각 국가는 그들의 시장과 우리가 서로 무엇을 수출하느냐에 따라 특유의 장점과 특유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대통령은 맞춤형 합의가 체결되는 것을 원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대상으로 지정한 분야의 대부분은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으로 상호관세보다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사실 미국 정부가 리더십 공백 기간 한국을 기다려준 측면이 없지 않은데, 새 정부는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어려운 협상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철강 관세는 한국의 철강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은 43억4600만 달러(약 6조원)으로 미국은 한국의 최대 철강 수출국이다. 그런데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가 부과된 이후 대미 수출은 지난해보다 14% 줄었다. 관세가 50%로 더 높아질 경우 한국 업체들은 사실상 가격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국 대미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일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주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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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상 카드 많다”지만…미 전문가 “더 큰 노력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조선이나 화석 연료,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선도 우리의 카드로 언급할 필요가 있고, 이를 모아 복합 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선 “한국도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꽤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3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쌀에 대한 관세,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등 21건을 비관세 장벽이라고 규정하며 한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소고기·쌀 등은 극도로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 8일 전에 협상을 타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 당선인이 새로운 참모진을 꾸리고,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을 성실하게 진행한다는 전제로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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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은 협상하기에 극도로 어려워”
다만 관세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물가 상승과 국채시장의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의 확보와 관련, 중국과의 협상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에 "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좋아하고, 언제나 그랬으며, 항상 그럴 것이지만, 그는 매우 힘들고(tough), 협상을 하기에 극도로 어렵다"고 적었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께 게재된 이 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겪고 있는 좌절감이 묻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야기한 무역 전쟁으로 세계 무역이 붕괴되고 비용이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가 동시에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8% 성장에서 올해는 1.6%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5%로 더 낮췄다.
강태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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