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금융부담 경감…자영업 채무조정·가산금리 인하 드라이브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관련 공약은 가계 금융부담 완화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영업자 채무 탕감과 가산금리 인하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은행권 부담은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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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 설립 등 자영업 채무 조정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 조정과 탕감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 것인가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엔 ▶채무 조정·탕감 등 코로나19 대출 종합대책 마련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 ▶청산형 채무 조정 확대 등 빚을 줄여주는 공약만 3개가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TV토론에서도 “단순 채무 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64조2000억원으로, 1년 새 11조원 늘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인 취약 자영업자 대출이 125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11.8%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 부채가 크게 늘었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연체율도 따라 치솟았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출발기금의 조건이 대폭 완화돼 적용 대상과 채무 조정 범위가 늘어나고,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원금 탕감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은 넘어서야 하는 과제다. 빚이 있더라도 버티면 안 갚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는 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부터 갚은 자영업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득이나 부채 수준에 따라 탕감 여부를 결정할 경우 경계선에 놓이는 자영업자도 발생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쌓인 자영업자 부채를 한 번은 털고 갈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 결정권자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다만 채무 조정은 일시적인 진통제 처방에 불과해 자영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 개선이라는 중·장기적 해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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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금리 낮춘다…은행 부담 늘 듯

이 대통령은 대출금리 산정 때 가산금리 항목에 포함된 출연금·보증료·교육세 등을 제외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덧붙이는 금리인데 법적 비용이 빠지면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가산금리 조정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외에 정책모기지·정책금융기관 중도상환수수료의 단계적 면제도 추진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2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이자 장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논리다. 자영업자 대출을 가지고 있는 은행권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채무 조정 재원을 부담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 경감 동참이나 가산금리 조정은 내부적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라며 “은행 입장에선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특화 국책은행인 ‘동남투자은행(가칭)’ 신설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공약집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3대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이 공동 출자해 동남투자은행 설립에 필요한 3조원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재편을 위한 국책은행을 추가로 만든다는 구상인데 기존 산업은행과 업무가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진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