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7년을 기다린 1군 데뷔전…KIA 홍원빈이 던진 '낭만의 강속구'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투수 홍원빈(25)은 지난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팀이 11-2로 크게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초구를 던지자 전광판에 시속 152㎞가 찍혔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그다음 공은 시속 154㎞였다. 또 한 번 환호가 터졌다. KIA가 7년째 기다리던 강속구 유망주의 강렬한 프로 데뷔전. 정작 그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구속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입단 7시즌 만에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뒤 3루 쪽 관중석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은 KIA 홍원빈. 사진 KIA 타이거즈
입단 7시즌 만에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KIA 홍원빈과 그를 축하해주는 팀 동료들. 사진 KIA 타이거즈
최종 성적은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 첫 타자는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첫 등판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삼진으로 잡아냈다. 모든 게 '0'이었던 홍원빈의 프로 성적표에 이제 숫자 '1'이 여러 개 늘어섰다. 홍원빈은 "7년간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 같아 다행이다. 기다려주신 팬분들과 감독님, 코치님, 팀에 모두 감사하다"고 했다.

홍원빈은 '미완의 대기'였다. 그는 2019년 신인 2차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0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키 1m95㎝에 몸무게 101㎏의 건장한 체격, 시속 150㎞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 모든 투수가 부러워할 만한 재능을 타고났다. 그런 그가 1군 마운드에 서기까지는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교 2학년 때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터라 뒤늦게 제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줄곧 퓨처스(2군) 팀에만 머물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2023년 시즌 종료 후엔 휴식 대신 호주야구리그(캔버라 캐벌리)에서 뛰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프로 7년 차가 되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미국의 트레드 애슬레틱스에 자비로 연수를 다녀왔다. 트레드는 메이저리그(MLB) 유명 투수들이 여럿 거쳐 간 야구 전문 트레이닝센터다. 프로야구 최저 연봉(3000만원)을 받는 그가 수천만원을 쏟아부어 배수의 진을 쳤다. 그 간절함이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시속 154.4㎞의 강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고, 이범호 KIA 감독 역시 홍원빈을 유심히 지켜봤다. KIA팬들의 '웨이팅 리스트' 앞순위에 홍원빈의 이름이 자리잡았다.

입단 7시즌 만에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KIA 홍원빈. 사진 KIA 타이거즈
그러다 마침내 오래 기다린 순간이 왔다. 지난달 30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생애 처음으로 프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 후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계속 벤치를 지켰지만, 나흘 만인 3일 두산전에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등판 기회를 잡았다. 그는 "더그아웃에 있는 내내 '빨리 던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쉴 때도 그랬다"며 "첫 등판이 언제일지 모르니, '언제 던지지?' 하며 마냥 궁금해하기보다 언제든 나가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만원 관중(2만3500명)이 들어찼다. 그 앞에서 씩씩하게 프로 데뷔를 알린 홍원빈은 "1군 경기장은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관중의 함성을 생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며 "그 덕에 긴장을 덜 하고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홍원빈의 오랜 약점은 '볼넷'이다. 올해도 2군 20경기에서 19와 3분의 1이닝 동안 사사구 24개(볼넷 18개, 사구 6개)를 내줬다. 그러나 탈삼진도 17개를 기록하면서 예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늘 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그에게 KIA 코치진은 "볼넷을 안 주려고 하지 말고, 삼진을 많이 잡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조언했다.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데 더 집중하라는 의미다. 홍원빈은 "그 덕에 볼넷을 줬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그다음 타자를 잘 상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볼넷을 줄 때 터무니없는 공을 많이 던졌다. 지금은 볼넷이 나와도 내 손에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입단 7시즌 만에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KIA 홍원빈. 사진 KIA 타이거즈
입단 7시즌 만에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KIA 홍원빈. 사진 KIA 타이거즈
홍원빈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3루 쪽 관중석을 바라보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그곳 어딘가에는 막내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함께하러 온 그의 가족이 앉아 있었다. 그는 "집이 서울이라 마침 부모님과 형이 다 잠실에 보러 오셨다. 감사한 분이 정말 많지만, 11세 때 야구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가장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의 1차 목표는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KIA 불펜 필승조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거다. 그는 "1군에 올라와 필승조 형들의 투구를 직접 보면서 정말 멋지고 '섹시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는 나도 필승조 역할을 하면서 팀 승리를 위해 좀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KIA 홍원빈이 모자 챙 안에 적어 놓은 요다노 벤추라의 이름과 등번호 30. 배영은 기자
홍원빈은 모자챙 안에 전직 메이저리거 요르다노 벤추라(도미니카공화국)의 이름과 등 번호 '30'을 적어넣고 마운드에 오른다. 벤추라는 MLB에서 최고 시속 164㎞를 찍은 광속구 투수였는데, 2017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홍원빈은 "마운드 위에서의 행동, 투구 스타일 등을 모두 본받고 싶은 투수였다. 내 등 번호도 벤추라와 같은 30번으로 선택했다"며 "모자를 쓸 때마다 '내가 이 투수가 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귀띔했다.



배영은([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