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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36주년에 中 경계 강화…대만 총통은 "영원히 기억"

희생자 유가족·인권운동가 감시…홍콩도 추모집회 차단

톈안먼 36주년에 中 경계 강화…대만 총통은 "영원히 기억"
희생자 유가족·인권운동가 감시…홍콩도 추모집회 차단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6주년을 맞은 4일 중국과 홍콩에서는 삼엄한 검열과 감시 속에 긴장이 감돌았다. 반면 대만에서는 총통이 나서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톈안먼 시위 기념일 하루 전인 3일 톈안먼 광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보안이 강화됐다.
경찰관들은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 보행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검문소 여러 곳을 세웠고 광장 근처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막았다.
톈안먼 희생자 유가족과 인권운동가, 정부 비판 인사 등에 대한 감시도 삼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주말부터 중국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인권운동가들이 경찰과 면담을 통해 '보초'가 배치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는 등 행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또한 인권운동가 등 반정부 인사들을 인용해 이들 다수가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이며 일부는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갈 때도 경찰차를 타고 가거나 감시자가 따라붙는다고 전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의 창립회원 장셴링의 자택 앞에도 보안요원이 배치됐다.
그는 최근 RFA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6월 4일을 앞두고 전화가 끊겨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게 됐고 올해는 4월부터 감시가 강화됐다며 "나는 이제 88세이고 200m를 걸어가려면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당국이) 왜 그렇게 나를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년 전까지 공개적으로 톈안먼 추모 행사가 열렸던 홍콩에서도 관련 단속이 심해지며 집회가 차단됐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3일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파크 일대에 경찰이 대거 배치됐다.
또 행위예술가 찬메이퉁이 공원 근처에서 있다가 경찰의 검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22년 6월3일 같은 장소에서 감자를 깎아 추모 의미를 담은 양초 모양으로 만드는 시위를 펼치다 체포된 적이 있다.
빅토리아파크에서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톈안먼 시위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2020년부터 당국이 코로나19 유행 등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고 같은 해 중국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으로 집회·시위가 크게 제한되면서 2021년 이후로는 자발적인 추모행사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3년부터는 친중단체들이 6월 4일을 전후로 빅토리아파크 사용권을 선점해 지역축제를 벌이고 있다. 올해도 친중단체가 지난 1일부터 닷새간 300여개 부스를 설치하고 음식축제를 진행 중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3일 주간 기자회견에서 '36년 전 베이징의 탄압을 추모하기 위해 6월 4일에 촛불을 들거나 구호가 적힌 옷을 입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날짜에 어떤 활동을 하든 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법 위반 사항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톈안먼 추모가 사실상 원천 차단됐으나 대만에서는 여야가 모처럼 일치된 목소리로 '잊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6월 4일 톈안먼 사건을 기념하는 것은 역사를 애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것이라며 "권위주의 정부는 역사를 잊으려 하지만 민주사회는 진실을 보존하고 인권을 위해 목숨과 꿈을 바친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당도 SNS를 통해 "6월 4일을 기념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어려움을 기억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4일 저녁 타이베이 중심부 중정기념당 앞 자유광장에서 톈안먼 추모 집회가 열린다. 대만의 여러 비정부기구는 지난달 말부터 인권 사진전 등 관련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한다. 시위는 4월 중순께 시작됐지만 당국의 유혈진압이 마무리된 6월 4일이 톈안먼 사태를 기념하는 날이 됐다.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을 중국은 철저히 금기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을 '정치 풍파'(風波·심한 분쟁이나 분란) 정도로만 언급하며 '6.4', '톈안먼' 등은 중국 SNS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엄중한 분위기 속에도 '톈안먼 어머니회'는 연례 성명을 통해 톈안먼 시위 진압에 대한 당국의 공식 책임 인정과 정확한 희생자 규모 공개,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 사건의 재평가를 요구했다.
톈안먼 어머니회는 최근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1989년 6·4 학살 36주년'이라는 글을 통해 이런 뜻을 밝히며 "지난 1년 사이 여러 유족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안고 세상을 떠났다"며 "36년 전 그들이 겪은 고통을 사람들이 영원히 기억해 달라"고 바랐다.
또한 홍콩에서는 일부 상점이 '6.4달러'에 양초를 팔거나 4일에 촛불을 밝히겠다고 하는 등 '작은 저항'에 나섰으며 수감 중인 홍콩 민주화 운동가 초우항퉁은 36시간 옥중 단식을 벌이고 있다고 HKFP와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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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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