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마크롱, 외교 갈등 봉합…불씨는 남아
멜로니 대미 독자노선에 마크롱 '왕따 전략' 응수하며 갈등
멜로니 대미 독자노선에 마크롱 '왕따 전략' 응수하며 갈등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최근 극심한 외교적 갈등을 빚었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마침내 화해의 물꼬를 텄다.
멜로니 총리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어젯밤 로마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 회담은 양국이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와 조율을 강화하는 데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럽연합(EU) 창립국으로서 우리는 더 주권적이고 번영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유럽을 위해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이 대등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로마에 있는 총리 관저인 키지궁에서 만난 두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서로 볼 인사를 나누고 밝게 웃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둘은 3시간가량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했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EU 관세 부과,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4월 유럽과 미국의 가교를 자임하며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했다. EU의 단결된 대응을 강조해왔던 마크롱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의 독자적인 행보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이탈리아를 '외교적 왕따' 전략으로 보복을 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에 휴전안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 4개국 정상은 지난달 16일 알바니아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하며 또 한 번 연대를 과시했다.
멜로니 총리는 관련 회담에 여러 차례 불참했다. 멜로니 총리는 불참이 자발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탈리아를 배제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중순 메르츠 총리가 로마를 방문해 중재자로 나서면서 국면은 전환됐다. 메르츠 총리는 "이탈리아는 EU 내에서 논란의 여지 없는 핵심 파트너"라며 이탈리아의 위상 회복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2주 만에 이번 멜로니·마크롱 정상 회담이 성사됐다.
두 정상 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멜로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와 '가교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멜로니 총리에게 '유럽적 관점'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고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전했다.
멜로니 총리 역시 협력 의지를 보이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중인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 방안에 이탈리아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다음 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두 정상에게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정상이 공동 노선을 형성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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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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