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출 계약 끝내 체결…K-원전 유럽 첫 진출
한국이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첫 해외 수출이자 첫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계약 체결식 직전에 서명이 중단되는 등 막판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체코 원전 수출이 결실을 맺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두코바니 원전 건설과 관련된 턴키(설계 시공 일괄 입찰) 방식의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피알라 총리는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문서 서명이 아니라, 체코의 에너지 자립과 국가 안보 확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현대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 즈비네크 스탄유라 재무부 장관도 “(원전이 건설되는) 비소치나 지역과 인근 지역뿐 아니라 체코 경제 전체에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당초 한수원과 EDU II는 지난달 7일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계약 서명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특사단도 파견했다. 그런데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신청한 계약 중단 가처분 신청을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이 체결식 바로 전날 인용했고, 한수원과 특사단은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지방법원은 EDF가 제기한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EDU II 간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EDU II와 한수원은 지방법원이 당사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가처분을 인용했고, 계약 지연으로 원전 사업의 전체 일정이 어려워졌다며 최고 행정법원에 항고했다.
그러나 이날 체코 최고 행정법원이 한수원과 EDU II 간의 계약 중단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면서, 최종 계약 앞에 놓였던 걸림돌을 제거했다. 최고 행정법원은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며 “법원이 공공 계약에 대한 가처분 명령을 내리려면 소송 당사자의 이익과 함께 공익을 비교해 평가해야 하는데, 지방법원은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방법원의 가처분 명령으로 자국 최대 규모이자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며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 원전 업계에서도 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와 에너지 수급 문제를 고려해 법원이 빠르게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최고 행정법원의 결정은 체코 정부와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체코 정부는 또 법원이 가처분을 취소할 경우 한수원과 계약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사전에 모두 승인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최고 행정법원의 결정 직후 한수원은 체코 측과 전자서명 방식으로 ‘속전속결’ 최종 계약까지 해냈다.
그러나 체코 원전 사업의 위험 요인이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 가처분 취소와는 별도로 EDF가 제기한 본안 소송은 이달 25일부터 첫 심리를 시작한다. 계약을 맺은 뒤 사업을 진행하면서 법정 공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EDF가 한수원이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유럽연합(EU)에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EU는 직권조사에 들어갈지를 현재 검토 중이다.
이번 계약은 체코 두코바니에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수주에 성공한 사례로, 첫 유럽 진출, 관련 산업 연계, 체코와의 경제 협력 강화 등 기대 효과가 크다. ‘팀 코리아’로선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한국으로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공사 기간 준수 능력(on time)과 예산 준수(on budget)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성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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