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上好禮則民易使也(상호례직민이사야)
‘목민(牧民)’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은 ‘왕이나 고을의 원님이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먹일 목(牧)자’는 ‘먹여 기른다’는 뜻이다. 소·말·돼지 등 가축을 먹여 기르는 것이 목축(牧畜)이고, 소나 양을 치는 소년이 목동(牧童)이다. 그러므로 목민(牧民)은 곧 ‘소나 말 기르듯이 백성을 기른다’는 뜻이다.
봉건사회에서 백성은 고을의 원님이나 행정관리 등 이른바 목민관에 의해 길러짐을 당하였다. 길러짐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길러주는 대가로 언제든지 부림을 당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운 좋게 마음 착하고 능력이 있는 목민관을 만나면 배곯지 않고 춥지 않게 길러질 수는 있지만, 부림을 당하는 신분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공자는 이런 백성을 부릴 때도 예절을 중히 여겨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을 쉽게 부릴 수 있다”고 하면서 백성을 강압과 폭력이 아닌 예로써 대할 것을 독려했다.
일을 시키더라도 예를 갖추면 노동자는 자발성을 발휘하고, 자발성은 곧 능률로 이어진다. 봉건시대 목민관처럼 목민을 벼르는 사용자의 갑질이야말로 능률과 생산성을 떨어드리는 백해무익의 못난 짓이다. 사회 어느 구석에도 무례함이 없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인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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