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문화참견] 누가 카리나에게 돌을 던지나

이번에는 예민한 대선 정국 SNS에 올린 사진 한장 때문에 사과했다. 일본에서 찍은 여러 장의 일상 사진을 올리다 가슴에 그려진 큼지막한 붉은 숫자 ‘2’를 가리지 않은 게 문제였다. 셀럽들이 즐겨 입는다는 명품 브랜드 의상이었지만 사진을 올린 시간이 하필 TV 대선 토론 방송 중이라 공교로웠다. 카리나가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며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더구나 카리나가 속한 에스파는 탄핵 응원봉 시위 때 인기 ‘탄핵송’으로 울려 퍼진 ‘위플래시’의 주인공이다. 논란이 일자 카리나는 즉각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팬 플랫폼을 통해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오해가 커졌다. 주의 깊게 행동하겠다. (팬들에게) 걱정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소속사 SM도 “일상적 내용을 게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불거진 셀럽의 정치색 논란
정치적 무색무취 요구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중성
카리나 극우 낙인찍기 지나쳐
정치적 무색무취 요구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중성
카리나 극우 낙인찍기 지나쳐
![대선 정국 카리나가 SNS에 올린 문제의 사진. 지금은 삭제됐다. [카리나 인스타그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5/3bfb6b50-353a-42bc-8536-47f25be5e86f.jpg)
민주당 지지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카리나가 “2찍(보수 지지자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한 건 아니라며 정치성향을 기정사실화했다. 응원봉 탄핵 시위를 열성적으로 펼쳤던 K팝 팬덤 일반의 반응도 싸늘했다. 사건 며칠 후 카리나가 한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다 실수한 것은 불성실 태도 논란으로 번졌다. 이제는 사상검증이라도 하듯 과거 사소한 발언들까지 파묘되는 형국이다. 논란은 해외 K팝 팬들에게 퍼져 ‘마가리나(Magarina)’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트럼프의 슬로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카리나를 합한 멸칭이다. 붉은색 점퍼 사진 하나로 단순히 ‘2찍’을 지나 ‘내란옹호돌’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사실 이번 탄핵 찬성 집회에 응원 역조공을 하는 아이돌들이 나오면서 오랜 불문율이 깨지고는 있지만, 그간 한국의 아이돌에게는 ‘정치적 무색무취’ ‘탈정치’ 덕목이 강력히 요구됐었다. 해외에서는 BTS가 소수자성으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현지 K팝 팬덤이 정치 시위의 주체가 되기도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달랐다. 아이돌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하면서도 그들의 정치적 발언은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을 낳아 이미지를 깎아 먹을 뿐이라는 계산이 컸다. 카리나 사태가 역대급이긴 하지만 선거철마다 아이돌들의 투표소 의상 색깔, 손가락 포즈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가급적 무채색이나 빨강·파랑이 섞인 차림으로 투표소에 가고 선거철에는 일상 사진을 찍을 때도 V자 포즈를 조심하는 게 규범 쯤으로 여겨졌다.
“아무래도 선거철 특정 색깔 사용을 지양하느라 모든 색깔 하트를 다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아이돌의 게시글들이 해외에서 6월 프라이드 먼스(성소수자 인권의 달) 맞이 메시지로 읽히는 현상이 너무 웃프다. N찍 이미지를 피하려다 얼결에 5찍 이미지가 된 그들.” 한 음악평론가가 SNS에 올린 글이다.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 SNS 이모티콘에 여러 색깔 하트를 쓰다 보니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이미지를 쓴 게 되고, 1번 혹은 2번을 지지하는 N찍 대신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5번 지지자(5찍)처럼 보였다는, 웃프고도 한국적인 얘기다.
본인 해명은 철저히 무시한 채, 이런 논란을 충분히 예상했을 터이니 당연히 2찍이거나 아니면 여전히 아이돌의 기본을 망각한 무신경의 아이콘이라는 게 지금 카리나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요지다. 그러나 애초 정치권의 무리한 ‘보수 아이돌’ 추켜올리기가 없었다면, 선거철에 반복되는 무수한 해프닝의 하나로 끝날 일이었다. 대중은 카리나가 과연 2찍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하지만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비밀 투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평소에는 아이돌에게 정치를 멀리하는 순수함을 강요하다가 진영에게 미칠 유불리를 따져 곧장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입맛이 쓰다.
양성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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