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새 정부 안보 현실

미군 감축과 방위비 청구서 올 듯
중국엔 레드라인 분명히 긋고
계엄 멍에 진 국방 다시 살려야
중국엔 레드라인 분명히 긋고
계엄 멍에 진 국방 다시 살려야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라는 계산서를 한국에 들이밀 것이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가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로 취급해서가 아니라 중국 견제 전선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어떤 해답을 내느냐에 따라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짊어지고도 오히려 주한미군 감축으로 안보 불안을 맞이할 수도 있다. 반대로 주한미군 증강이나 핵전력의 유연한 전개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지혜로운 결단이야말로 새로운 정부에 가장 필요하다.
그렇기에 대중국 외교가 더 중요해졌다. 중국과 직접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균형을 내세우면서 미·중 갈등 구조에서 무조건 회피하면 사드(THAAD) 사태 같은 최악 상황을 되풀이할 것이다. 미·중 양측에서 의심받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압박하면 밀리는 연약한 국가라는 확신을 중국에 주게 된다.
따라서 미국과 긴밀한 협의로 어디까지 협력이 가능하고 어디는 불가한지 레드라인을 분명히 그어 중국이 헛된 기대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이되 독자적 안보 기조를 보이는 유사 입장국들과의 공조도 중요하다. 중국의 한반도 레드라인이 북한 정권의 생존임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명확한 한계 속에서 한·중 관계의 안정과 미래를 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잘 유지되더라도 한반도의 재래식 안보는 이제 한국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역대 진보 정부들은 전작권 전환을 통해 안보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비춰왔다. 이런 판단은 2010년대까지 한국이 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에 있을 때나 유효했다. 그러나 기술 확산으로 첨단장비가 저렴해지고 북한조차 정밀타격능력을 보유하면서 한국이 재래식 전력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수십억원짜리 순항미사일과 스마트 유도폭탄 대신 수십만원짜리 자폭 드론이 수백억원짜리 전투기와 전차를 파괴하는 가성비 전쟁 시대다. 유무인복합전력(MUM-T)을 외치던 한국군조차 실전 태세를 못 갖춘 드론 전투를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직접 경험했고, 한국을 압도할 비대칭 가성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군 내부를 보면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방혁신도 부대구조 개편과 기술혁신만 얘기할 뿐 창의적인 부대 지휘와 전략·전술 발전에 이르지 못했다. 핵 안보만큼이나 미래의 사활이 걸린 인공지능(AI)과 드론 안보에 국가적 총력을 투입하지 못했다. 군 인력자원 부족은 더 큰 문제다. 병장 월급 200만원 정책 시행 이후 그들보다 더 고된 초급간부들을 챙기지 못했다.
12·3 계엄 사태로 또다시 정치적 멍에를 짊어진 우리 군이 자신감을 갖고 민주주의와 번영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민간인 국방부 장관도 필요하고 군 개혁도 중요하지만, 나라 사랑을 목숨으로 입증하는 국방을 다시 세워 번영의 기반을 다지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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