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박정희·DJ 정책 다 쓸것”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안보와 평화, 무너진 민생과 경제, 파괴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며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5/c91cb8ac-70d5-4a8b-9adc-02ca68ddcd8d.jpg)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식’을 했다. 별도의 대통령직 인수 기간 없이 곧장 임기를 시작한 만큼 정식 취임식은 뒤로 미루고 취임 선서를 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는 약식 취임 행사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극단화된 정치를 의식한 듯 보수와 진보 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했다.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면서였다.
‘성장’이 22번, ‘경제’가 12번 언급된 이 대통령의 취임사 곳곳에는 ‘보수의 언어’가 녹아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힌 그는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규제 당국이 허용해야만 기업이 일을 할 수 있는 포지티브(사전적) 규제 방식이 아니라 특별히 금지하는 일을 빼고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사후적) 규제를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주권자 국민의 뜻을 침로(針路·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로 삼아 험산을 넘고 가시덤불을 헤치고서라도 전진하겠다”고 강조한 이 대통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태스크포스)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취임 1호 행정명령’으로 TF 구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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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5차례 언급한 이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첫 인사 발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그대로 진행할 것이냐”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 국가 간 신뢰의 문제가 있다”며 “국가 정책을 개인적 신념 같은 것으로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재검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통합’을 상징하는 넥타이를 매고 취임선서식에 등장했다. 당선이 최종 확정되기 전인 이날 새벽 1시10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국회를 찾았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 이 대통령은 24분간 진행된 취임선서식에서 ‘통합’을 5차례 언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때 통합을 각각 0차례, 2차례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통합 메시지를 넣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참고서처럼 활용했다고 한다. ‘정의로운 통합’ ‘유연한 실용’ 등의 문구도 균형감을 주기 위해 공들여 선택된 표현이었다.
연설문 작성 과정에도 DJ의 연설담당비서관이었던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관여했다. 실무진이 초안을 쓴 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 이사장이 글을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다만 이 대통령이 ‘내란’을 4차례 언급하며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낸 건 국민 통합 메시지와 모순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불공정 거래의 사례로 ‘주가조작’을 언급하며 “결단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 대목을 놓고는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비롯한 ‘특검 3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규태.하준호.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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