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북 안동의 유권자 3명 중 1명 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고향 안동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공을 들였던 이 대통령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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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 투표소 李 득표율 45.33%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안동 지역 유권자에게 3만3560표를 얻어 득표율 31.28%을 기록했다. 이른바 ‘보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안동만 유일하게 30%를 넘겼다. 대구 9개 구·군과 경북 22개 시·군 중 이 대통령의 득표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대구 군위군으로 14.84%에 그쳤다. 안동과 비교하면 16.44%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 중에서도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시 예안면에서 그에게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는 483명(40.72%)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대통령 생가가 있는 도촌마을이 포함된 안동시 예안면 제2투표소에서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45.33%에 달했다. 유효 투표수 214표 중 이 대통령이 97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1표를 얻어 불과 14표차였다.
TK에서 유일하게 안동에서 득표율 30%를 넘긴 데에는 이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안동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크게 공을 들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한을 이틀 남겨둔 지난 1일 안동을 찾아 “전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의 물과 쌀, 풀을 먹고 자랐다”며 “부모님과 조부, 증·고조부, 선대 다 여기 묻혀있고 저도 안동에 묻힐 것으로 안동은 제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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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정치 지형 변화 계기” 분석도
이 대통령은 “그런데 우리 안동, 경북, 고향 분들은 왜 이렇게 저를 어여삐 여겨주시지 않나. 이번에는 아니겠죠”라면서 한 표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선비의 고장 영남에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서 편 가르기로 장기 집권했다”며 “독재정권이 하라는 대로 나라를 팔아먹어도 찍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게 돼 안타깝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이전에도 명절마다 조부모 묘소를 참배하고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인사하는 등 관계를 쌓아왔다. 지난해 추석에도 일부 주민들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TK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30%는커녕 25% 이상 받기도 어렵다”며 “아무리 고향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TK 정치 지형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고향 프리미엄’에 따라 이례적으로 안동의 득표율이 높게 나왔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고향에서도 30% 남짓한 득표율이 나왔다는 것은 여전히 TK 지역의 보수적 정서가 견고하다는 뜻”이라며 “지역 정치 지형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