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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분열된 나라로 풍랑을 헤쳐갈 수 없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역사를 읽다 보면 지도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도자에 따라 성을 쌓기도, 쌓은 성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나라의 물길을 바꾸고 고비를 넘는 것도, 몰아닥친 풍랑을 헤쳐가는 것도 지도자의 리더십과 그 리더십을 받쳐주는 그 시대 국민들의 힘이다. 대한민국은 새 지도자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압도적 표차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그가 받아 든 것은 항로를 잃고 있는 나라, 분열된 사회, 억센 시민단체들, 진흙탕 정치문화, 하향곡선을 그리는 경제이다. 그는 대한민국호(號)를 잘 끌고 갈 것인가?

유능한 장수는 무기(武器)보다 사기(士氣)가 중요함을 안다. 사기가 떨어진 군사들을 끌고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희망을 잃은 국민들과 함께 나라를 일으킬 수 없다. 지도자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사기를 살리고, 희망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그것은 포용과 화해와 통합으로만 시작할 수 있다.

국민의 힘을 모으는 것이 지도자
포용과 화해 없이는 통합 못 이뤄
모질게 역경 헤쳐온 그의 삶처럼
모질게 포용·통합·국가혁신 이루길

세계는 지금 대전환의 시기에 진입해 있다. 인구구조 변화, AI 디지털 혁명, 기후변화, 국제질서 전환은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의 발밑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지난 반세기의 세상과 향후 반세기의 세상은 크게 다를 것이다. 그야말로 ‘격변’이란 말로 표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 변화의 중심핵에 서 있다. 분열된 나라로 이 거센 풍랑을 헤쳐갈 수 있을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 어느 한 부문도 지금 성한 곳이 없다.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자세로 국가경영을 해야 할 때다. 과거의 지도자들은 선진국이 걸어간 길을 따라 추격의 힘을 모으는 것이 과제였다. 지금의 지도자는 지도 없는 길을 찾아 걸어야 하는 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가 가진 것은 사람밖에 없다. 우리는 아무런 자원 없이 사람으로 일어난 나라이다. 그 사람의 힘이 흩어진 상태로 있지 않고 뭉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 리더십이다. 돋보기가 태양 빛을 모아 종이에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 지난 한 세기 역경 속에서도 우리 국민이 걸어온 길, 해낸 일들을 보면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는 있다. 불모지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의 창과 새로운 인센티브 체계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시대적 과제는 크게 네 가지다. 포용과 타협으로 고질적 정치갈등을 넘어서고,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양극화와 쇠락을 막으며, 장기적 시각과 효율성을 갖춘 국가지배구조로의 개편, 그리고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바른 입지와 좌표를 세워가는 것이다. 지도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과 함께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처 나고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얻어야 한다. 분노를 모으기보다 화해와 협력의 기운을 퍼뜨려야 한다.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정한 심판을 세우되, 그것이 새로운 갈등을 낳지 않게 하는 어렵고 좁은 길을 선택해 나가야 한다. 진정한 ‘내란종식’은 국민의 인식과 마음에서 구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집현(集賢)과 경청(傾聽)을 권하고 싶다. 오늘날 세상일들은 복잡한 방정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신기술의 발명과 응용, 경제구조 개편,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대응, 교육·의료 제도 개선 등 모두 전문적 분석과 식견 없이는 제대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사들을 모아 분야별 자문기구를 만들어, 늘 경청하고 숙고하며 정책 방향을 검증해 나가야 한다. 포부와 기대로 시작했지만 무능과 실패로 끝난 지난 지도자들의 공통된 요인은 독선과 아집과 편중된 인사였다. 집단지성과 토론에 의한 검증은 독단과 맹목적 충성보다 확실히 우월하다. 지금 우리가 처한 국내외 상황은 이 나라 최고의 식견과 지혜를 갖춘 인재들을 다 모아도 뚫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 편, 네 편 가르는 편중 인사로는 어림없는 시대적 도전, 세계적 환경 속에 놓여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지금의 한국병을 고칠 수 있겠냐는 비관론이 우리 사회에 무성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사에 보여주기 바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부분의 시기에 집권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여소야대 상황 속에 있었다. 국정은 정체되어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적어도 향후 3년간 혁신과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드문 정치적 환경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이 시대에 남다른 역경 속에서 모진 삶을 이겨내 온 분이다. 그가 살아온 길에 대해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부정적 시각을 가진 국민들도 많다. 그들이 시각을 바꾸게 되는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가 희망을 잃지 않고 역경을 헤쳐온 것처럼, 모질게 포용과 통합, 국가혁신을 추구해 주길 기대한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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