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사퇴, 김용태는 입장 유보…혼돈의 국민의힘
107석 야당으로 쪼그라든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후유증으로 비틀대고 있다. 대선 후 처음 열린 5일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의총에서 새 지도부 구성 방식 등에 대한 결론은 못 내렸다.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넘어 지난 윤석열 정부 3년의 실패에 대해 총체적 심판을 받았다”며 “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권 원내대표는 “22대 총선 참패 이후 심화했던 계파 갈등과 분열이 ‘원팀’ 단결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대선 패배는 국민의힘 분열에 대한 뼈아픈 질책”이라고 말했다. 그간 당 주류와 자주 충돌했던 친한동훈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선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비대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들의 뜻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도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소수였다”며 “주말 새 당을 수습할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 거취는 일단 다음 주 월요일 의총을 거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주로 오갔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 거취를 둘러싼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재창당 운동을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도중 국회 본청 앞에서 “계엄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반성의 첫 움직임은 쇄신과 재창당 운동”이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의총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 해병)에 반대하는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론 폐지 의견이 제기되는 등 기류가 바뀌었다. 6선 조경태 의원은 “계엄이 잘못이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자율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고, 김재섭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민심이 확인돼 반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 사퇴로 내홍이 격화하진 않았지만, 향후 당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조경태 의원은 “한두 달 안에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이런 조기 전대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옛 친윤계는 “새 비대위를 구성해 혼란을 수습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당권 쟁탈전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권 문제는 당원과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다만 김 전 후보는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당 대표에 아무 욕심이 없다. 당 위기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중구난방”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국희.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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