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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염원 월드컵 또 물거품' 중국, 48개국 늘려도 또 '광탈'

중국축구대표팀이 5일 인도네시아에 지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에 또 실패했다. [EPA=연합뉴스]

14억 중국인의 염원인 월드컵 꿈이 물거품이 됐다. 월드컵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났는데도 중국축구는 ‘광탈(광속탈락)’했다. 6회 연속 본선행이 좌절됐다.

중국축구대표팀(FIFA랭킹 94위)은 5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붕카르노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 9차전에서 인도네시아(123위)에 0-1로 졌다.

브란코 이반코비치(크로아티아)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신예 공격수 왕위둥을 선발 투입했다. 파트릭 클라위버르트(네덜란드)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도 귀화선수를 7명이나 기용했다.

중국은 페널티킥 한 방에 무너졌다. 전반 막판 페널티 박스에서 중국 양저시앙이 인도네시아 캄부아야를 뒤에서 걷어찼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온 필드 리뷰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전반 45분 키커로 나선 올레 로메니가 침착하게 오른발슛으로 골망 오른쪽 구석을 흔들었다.

중국은 이날 유효슈팅 1개에 그치는 졸전을 펼쳤다. 경기 막판 중국 선수의 절묘한 태클이 없었다면 한 골을 더 먹을 뻔했다. 결국 중국은 1987년 이후 38년 만에 인도네시아에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중국을 무너뜨린 인도네시아. [로이터=연합뉴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중국은 4연패를 당하면서 2승7패(승점6)로 C조 6팀 중 최하위에 그쳤다. 아시아 3차 예선에서는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중국은 3차예선 최종 10차전을 이기더라도 4차예선에 나설 수 있는 마지노선인 4위 안에 들지 못한다. 같은조 일본(승점 20점)과 호주(승점16), 인도네시아(3승3무3패, 승점12), 9차전을 치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을 수 없다.

중국은 3차예선 9경기에서 6골만 넣고 무려 20실점을 내줘 골득실이 -14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북중미월드컵 출전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렸는데도,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 이후 6회 연속 본선행이 좌절됐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9월 일본에 0-7 참패를 당했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린량밍이 쿵푸킥을 연상케하는 날아차기로 퇴장하며 졌다.

중국은 이날 브라질·이탈리아 이중국적으로 귀화한 세르지뉴(중국명 사이얼지니아오)를 투입했지만 소용 없었다. 중국은 2019년부터 1700억원을 쏟아부어 5명을 귀화 시켰지만, 브라질에 돌아간 뒤 대표팀 소집에 불응하는 선수도 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귀화해도 중국은 약체일 것”이라는 일각의 자조 섞인 반응도 있다.
중국축구대표팀이 5일 인도네시아에 지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에 또 실패했다. [신화=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40개를 딴 중국은 축구만큼은 유독 약하다. 2011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굴기'(축구를 통해 일어선다)’를 외치자 중국 대기업이 모기업인 프로축구단들은 거액 연봉을 주고 외국 스타선수를 영입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광저우 헝다 등 중국프로축구팀들이 줄도산했고,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 리톄 등이 축구계 승부조작과 뇌물 비리에 연루됐다. 체계적 선수 육성을 위해 생긴 축구학교는 비싼 학비 탓에 부잣집 아이들의 귀족학교로 변질했다. 빅리그에 갈 실력은 안 되는데도 자국 리그에서 고액 연봉을 받은 ‘배부른’ 선수들을 탓하기도 한다.
중국축구대표팀이 5일 인도네시아에 지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에 또 실패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3월 영국 BBC는 축구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꿈이 산산조각 난 이유를 분석하면서 ‘팩폭(팩트폭력)’을 날렸다. BBC는 “중국에서 축구는 공산당 손아귀에서 번성하지 못한 것 같다. FIFA는 축구에 정치의 개입을 금지하지만 중국축구에는 정치 인사들이 가득하고, 현재 중국축구협회장 송카이는 공산당 간부”라고 전했다. 대부분 일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중국에서 축구에 관한 결정도 축구와 관련 없는 이들이 내리는데,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이 경쟁적인 팀스포츠인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등록된 축구선수는 130만명에 이르는 반면 중국은 10만명 미만에 불과하다. 중국축구는 수도 베이징에서 시작돼 1990년대에 이르러야 프로리그를 출범했고 하부리그에 소홀했다. 중국에서 뛰고 있는 한 유럽축구선수는 “중국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중요한 순간에 ‘축구 IQ’가 부족하다. 어린 시절 본능적으로 배우는 창의성과 의사 결정을 이 곳(중국)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응원을 펼치는 중국축구팬들. [로이터=연합뉴스]

2012년 집권 당시 “3가지 소원은 월드컵 본선진출, 개최, 우승”이라고 밝혔던 시진핑 주석마저 10년이 흘러 중국축구를 포기한 분위기다. 2023년 중국이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서 태국에 승리한 걸 축하하는 태국 총리를 향해 “요행이 컸다. 그들(중국팀) 수준을 확신할 수 없다. 기복이 있다”며 시큰둥했다.

이 와중에 FIFA는 2030년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기존 48개국에서 64개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아시아 쿼터는 기존 8.5장에서 10~12.5장까지 늘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FIFA가 글로벌 축구 마케팅의 ‘큰 손’인 중국을 월드컵에 참여 시키기 위해 문턱을 더욱 낮추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당시 중국 기업 후원금은 1조9780억원에 달했다. 참가국 확대를 논의한다는 소식에도 정작 중국 내에선 “베이징대나 칭화대가 입학 정원을 늘려도 열등생에겐 상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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