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80%, SK 36%…주가 급등에 스트레스 오르는 지주사, 왜

요즘 증권가에선 대기업 지주사 주가가 급등했다.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이재명 대통령 공약의 수혜주로 분류되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주가는 지난달 22일 5만300원에서 이날 9만700원으로 뛰었다. 최근 2주 새 80.3%나 급등했다. 새 정부 첫날(4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98%가량 올랐다. 최근 2주 새 SK(35.9%), 두산(33.6%), 롯데지주(22.6%), CJ(21.2%), LS(19.7%) 등 다른 지주사들의 주가도 줄줄이 올랐다.
그동안 지주사는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으로 꼽혔다. 자회사 중복 상장과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 등이 저평가 원인이었는데,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점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주요 지주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롯데지주(32.5%), SK(24.8%), 두산(18.2%), LS(15.1%) 등이다.

하지만 지주사들은 주가 급등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했는데, 증여세는 기준일(4월 30일) 앞뒤 2개월 포함한 3~6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증여세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사주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하려던 지주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주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요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자사주 담보 대출 등 자사주를 재원 마련에 활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도록 의무화된다면 기업 부담이 너무 크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지주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주식 시장에서 단기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행동주의 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이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한국에서 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 자사주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 출연하면 의결권이 생겨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도 호반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진 대한항공(한진그룹)과 LS그룹이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LS는 대한항공에 650억원 어치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표면적 이유는 ‘전략적 협업’이지만 추후 대한항공이 LS의 자사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 한진칼 역시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해 우호지분을 확대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21대 대선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상장사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이 제도화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과 우호세력에 대한 주식 처분이 어려워지고,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방식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질 수 있어 (기업의) 지분구조 및 재무구조의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선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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