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안긴' 포스텍 경질의 배경, 리그 22패 + 무리한 훈련&부상
[OSEN=이인환 기자] 포스텍 경질이 하나의 시발점이 될까.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상당한 숙고 끝에 클럽은 포스테코글루가 직무에서 해임되었음을 발표할 수 있다"라며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은 아주 위대한 순간 중 하나지만,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순 없다. 포스테코글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의 미래가 잘 풀리길 바란다"라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의 결정이다. 공식 발표가 나오기 직전 영국 '텔레그래프'는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 감독에서 경질된다. 그는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 지 몇 주 만에 해고가 결정됐다"라며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가 휴가에서 복귀한 뒤 금요일 오후 포스테코글루의 경질 조건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들은 다니엘 레비 회장이 이를 최종 결정했으며 이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독점 보도했다.
호주 출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년 여름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 도중 결별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후임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코틀랜드 셀틱을 제외하고는 유럽 커리어가 없었기에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그는 시즌 초반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 1위로 올려놓는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OSEN DB.](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7/202506071544777228_6843e1511865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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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하는 '공격 축구'가 빛을 발휘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단조로운 공격 전술과 무리한 경기 운영으로 조금씩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고, 강도 높은 훈련과 플레이로 인해 줄부상까지 발생하면서 후반기 와르르 무너졌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은 언제나 2년 차에 우승했다며 호언장담했고, 토트넘 보드진도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투자해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를 영입해줬다. 하지만 토트넘은 더욱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어쩌다 강팀과 맞서 싸워 이기긴 해도 전력상 약팀을 상대로 번번이 발목을 잡히며 승점을 쌓지 못했다.
당연히 토트넘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지만, 레비 회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자 팬들의 야유와 비난은 갈수록 커졌고, 경기장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충돌하는 일도 발생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약속을 지켰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손흥민도 마침내 커리어 첫 우승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유로파 우승 직후라고는 하나 최종전에서도 브라이튼에 1-4로 역전패하며 최종 성적 11승 5무 22패, 승점 38, 골득실 -1(64득점 65실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순위는 클럽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성적인 17위. 기존 최저 기록은 1993-1994시즌의 15위였다.
단일 시즌 리그 최다 패배 기록도 새로 썼다. 토트넘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38경기 체제에서 20패를 기록한 건 1912-1913시즌이 마지막이었지만, 이번엔 여기에 2패나 더 추가했다. 22패는 42경기 체제까지 통틀어도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 타이다.
경질 여론이 커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전례 없는 일을 해내고도 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한편으로 '왜 그런 질문을 받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레비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갈라서기로 택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위약금도 챙겨줘야 한다. 텔레그래프는 "포스테코글루는 약 400만 파운드(약 74억 원)의 경질 보상금을 받게 된다. 그는 유로파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로 약 200만 파운드(약 37억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의 차기 사령탑으로는 토마스 프랭크 브렌트포드 감독과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토트넘 보드진이 가장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안도니 이라올라 감독은 본머스와 재계약이 유력하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결정은 레비의 오랜 재임 기간 중 가장 잔혹한 결정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성공, 경기 스타일 변화, 젊은 선수들의 활약 등 자신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라면서 "레비는 포스테코글루보다 뛰어난 후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우승은 토트넘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불러일으켰고, 다수가 포스테코글루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이러한 감정을 무시한 레비의 결정은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디.
일부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이후 여러 가지 루머가 나오고 있다. 영국 한 현지 매체는 "토트넘의 지난 시즌 부상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영향도 있다"라면서 "의료진이 무리한 훈련과 전술 방향에 대해서 경고했으나 감독이 무시하고 그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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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풋볼 인사이더, 스쿼카 소셜 미디어.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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