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민권 10년→5년' 요건 완화될까…8∼9일 국민투표
나머지 4개 안건은 노동시장 유연화 '되돌리기'…투표율 미충족으로 무효 가능성
나머지 4개 안건은 노동시장 유연화 '되돌리기'…투표율 미충족으로 무효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가 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시민권 취득 요건 완화 등을 포함한 5개 안건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하지만 투표율이 5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표조차 못 하고 무효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총 5개 안건으로 구성됐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사안은 시민권 관련 안건이다.
시민권 신청에 필요한 10년 거주 요건을 5년으로 단축하자는 안건에 대해 찬반을 묻는다.
이탈리아의 시민권 취득 요건은 유럽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에 제정된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비유럽연합(EU) 국적자는 시민권 신청을 위해 연속 10년간 합법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이탈리아 영토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부모가 외국 국적자일 경우 18세가 돼야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굼뜬 행정 처리 탓에 시민권 취득 절차에 최장 4년가량 걸리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들은 20대 초반에야 비로소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똑같이 정규 교육을 받고 똑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생후 20년간은 법적으로 이탈리아인이 아닌 다소 모순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다른 EU 회원국에선 4년만 거주하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취득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이탈리아에서 국적법 개정은 해묵은 과제다. 새 의회가 들어설 때마다 자국 태생 이주민 자녀의 시민권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사장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 국적법 개정 움직임은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아프리카계 공격수 파올라 에고누 등 다인종·다민족 선수로 구성된 여자배구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탄력을 받았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적법이 개정되면 약 250만명의 외국인이 이탈리아 시민권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도 좌파 성향 정당 '+에우로파'의 리카르도 마지 대표는 "현행 국적법은 낡고 불공정하다"며 이번 국민투표가 "기존 요건은 유지한 채 거주 기간만 줄이는 합리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4개 안건은 모두 10년 전 민주당(PD)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되돌리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 부당 해고자 복직 보장 ▲ 중소기업 해고 보상 상한제 철폐 ▲ 단기 계약 남용 방지 ▲ 산업재해에 대한 공동 책임 부활 등을 포함한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성향의 연립 정부는 공개적인 반대 운동 대신 '기권'을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투표소는 방문하되 투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부총리인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 마테오 살비니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일찌감치 기권 의사를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의 46%만이 국민투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투표 의사를 밝힌 국민은 3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헌법상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국민투표가 유효하기 때문에 이번 투표는 무효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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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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