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외친 MB '함께' 쓴 李…대기업 광고엔 대통령 철학 보인다
“대통령 취임식 때 신문 광고를 보면 시대정신이 보인다.”대통령 취임 때마다 재계에 나도는 말이다. 대기업들의 대통령 취임 광고 문구만 잘 뜯어봐도 한 줄로 압축된 정권의 철학이 읽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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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같이’‘새로운 대한민국’…이재명式 성장은

이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에는 ‘함께’와 ‘같이’, ‘모두’라는 표현이 많이 쓰였다. 삼성은 “다 함께 커가는 나라”라는 문구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에 삼성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함께 희망의 새 길로 나아갑니다”(현대차) “같이 도약하는 미래, 모두가 함께 뛰는 대한민국”(LG) “국민 모두의 희망이 피어나는 대한민국”(롯데) 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이 가운데 한화는 “모두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차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성장을 내세우면서도 분배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에 기업들이 적극 호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에서 “개인도, 국가도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면서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것이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취지의 표현도 자주 쓰였다. SK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기대한다”며 “국민 모두가 일상 속에서 더 단단한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포스코·IBK기업은행), ‘대한민국의 더 나은 내일’(두산)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 속에서 치러진 조기 대선 분위기를 반영한 표현이라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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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때는 ‘인간’ 朴은 ‘행복’ MB는 ‘성공’…정권마다 달랐다
실제로 선거 기간 내내 초박빙 혼전을 벌이다 이재명 당시 후보를 0.73%p 차로 제치고 당선된 윤석열 정부 때는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삼성), ‘소통과 화합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SK), ‘서로 다른 희망이 함께 나아가길’(LG)이라는 표현으로 국민 통합의 염원을 녹여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나라’(현대차) ‘정의가 실현되는 대한민국, 새로운 대한민국’(KB금융그룹)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문 전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자주 언급한 슬로건이자 공약집 제목이었던 “나라를 나라답게”를 본 따 “나라를 나라답게, 금융을 금융답게”(IBK기업은행)라는 글귀도 있었다. 국정농단으로 초래된 탄핵 사태와 촛불로 표출된 전국민적 개혁 열망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포부가 그대로 투영됐다는 풀이다.

‘국민행복시대’를 기치로 걸며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 출범 때는 기업들도 광고에 ‘모두’와 ‘행복’이란 단어를 주로 활용했다.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꾸는 국민 행복 시대’(삼성), ‘국민 모두에게 행복이 골고루 퍼지는 시대’(한화),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한 나라’(STX)가 대표적이다.
대선 기간 내내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를 외쳤던 기업인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경제’, ‘성공’, ‘일자리’ 등의 표현이 광고에 담겼다. ‘일자리가 많아질 거라는 기대가,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삼성), ‘함께 가는 국민 성공 시대’(현대차), ‘경제가 강한 나라, 국민이 강한 나라’(KT)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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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끝나자 ‘민주화’…광고는 시대의 언어?
고(故) 김영삼 대통령 때(1993년)는 현대그룹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 때(1998년)는 현대그룹과 삼성자동차가 광고를 실었다. 특히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출범하던 때 광고에는 ‘반세기에 걸친 민주화 여망이 문민정부 시대를 탄생시켰다’(현대그룹)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는 일종의 정권의 언어와 기업의 반응이 만나는 교차로”라며 “시대 정신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압축적이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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