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약집엔 "KTX와 SRT 통합"…전문가 의견 찬반 갈렸다 [이슈분석]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대선공약집 261페이지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이원화된 고속철도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수서고속철도(SR)의 SRT를 지칭한다. KTX는 2004년, SRT는 2016년에 운행을 시작했다.
둘로 나누어진 고속철도를 통합해 운영하면 열차 투입이 유연해져 만성적인 좌석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운영기관 일원화로 안전성도 더 강화될 거란 취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통합을 계속 요구해온 철도노조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말 해당 공약이 발표된 직후 “경쟁체제라는 미명 하에 10여년 간 지속된 철도 민영화 정책의 종지부를 찍을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속철도 분리로 비효율적 운용이 거듭되었고, 철도의 공공성은 뒷걸음질 쳤다”며 “좌석은 부족했고, KTX 이용객들은 비싼 운임을 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고속철도를 합치겠다는 공약은 앞서 2022년에 치러진 20대 대선 때도 민주당의 공약집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실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해당 공약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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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하면 비효율 개선 가능”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논리로 보면 통합이 맞다”며 “다만 통합으로 인해 더 거대해질 철도공기업에 대한 경영관리와 감독 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철도는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데다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경쟁이 필수”라고 말했다.
강승모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도 “현재 운영체계에 대해 승객들은 정작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중복 운영으로 인한 비효율 비용이 연간 400~5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과다 추정된 측면이 있다”며 “이미 만들어진 경쟁 체제를 무너뜨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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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운영 위해 경쟁 필수”
일부에선 경쟁체제로 인해 철도 파업 등 유사시 운행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거론한다. 실제로 앞서 벌어진 철도노조의 파업 때 SRT가 정상 운행한 덕에 승객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승모 교수도 “현 경쟁상황이 코레일과 SR 간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철도망 운영기금을 만들어 SR이 일부 부담하게 하고, 이를 적자노선을 떠안고 있는 코레일에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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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논의 앞서 충분한 연구 먼저
이렇게 보면 고속철도 통합은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와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결정해야만 할 사안이다. 일방의 주장대로 서둘렀다간 자칫 기대했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강경우 한양대 건설교통학부 명예교수는 “고속철도 통합 공약이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가 되어가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통합과 분리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진혁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현시점에서 철도 산업의 미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많은 연구와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강갑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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