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에너지 고속도로' 질주에…전선업계 활짝, 원전은 긴장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 전략에 속도를 내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은 해저케이블·전선 업계에 호재로 떠올랐지만, 원자력 발전업계는 정책 신호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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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고속도로’에, 전선 경쟁 뜨거워지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에서 생산한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까지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한 사업으로 총사업비 11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바다 밑을 가로지르는 장거리·대용량 송전이 가능하려면 일반교류송전이 아닌 HVDC 기술이 필수다. 특히 HVDC에 쓰이는 해저케이블은 수천톤(t)에 달하는 중량과 수㎞에 이르는 길이 탓에 도로 운송이 불가능하고, 전용 선박인 ‘포설선’을 이용해 설치해야 한다. 포설선은 척당 4000억원에 이를 만큼 값비싼 탓에 보유 기업이 전 세계에 10곳 안팎에 불과할 정도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물밑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대표적으로, LS그룹과 대한전선은 케이블 제조부터 시공·유지·보수까지 한꺼번에 하는 턴키 방식이 가능한 사업자들이다. 우선 LS전선은 지난해 525킬로볼트(㎸)급 HVDC 해저케이블 양산을 시작했다는 점이 자랑이다. LS마린솔루션케이블도 적재 용량 1만3000t급 포설선 운항을 오는 2028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6200t급인 포설선 ‘팔로스’를 지난해 7월 취항했고 오는 2027년 가동 목표로 충남 당진시에 HVDC 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양사는 특허침해 소송에 이어, 대한전선 모회사인 호반이 LS전선 모회사 ㈜LS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장외전도 뜨거워졌다.
또 다른 핵심 장비인 전압형 컨버터를 개발 중인 효성중공업은 2년 내 이 장비의 국산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교류(AC)와 직류(DC) 간 전환이 필요한 HVDC 송전망에서 생산지·송전·수요지의 특성에 맞게 전력을 바꿔주는 장비인데, 현재는 미국(GE)·독일(지멘스)·일본(히타치에너지)의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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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치명상”…긴장감 감도는 K-원전

원전업계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연 매출이 25억원에서 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던 상흔도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 임원은 “(탈원전 당시) 줄줄이 도산 위기에 몰렸던 기억에 아직도 숨이 막힌다”며 “에너지 정책이 적어도 10년간은 일관돼야 일감이 쌓이는데 아직은 그 사이클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탈원전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인식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한 원전 부품 기업 관계자는 “자칫 삐끗했다가 다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될까봐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어떻게든 ‘팀 코리아’를 지켜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전환 방향 자체는 국제적 흐름에 부합한다”면서 “다만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원에 이르고 누적적자도 3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 확보와 핵심 부품 국산화는 이재명 정부 에너지 믹스가 풀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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