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일하는 대통령

당시 많은 기사에 나왔듯 그날 당선인의 주요 발언은 “용산에 가면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였다. 물론 일 얘기도 했다. ‘많이 바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일을 다른 사람한테 떼서 나눠주고 해야지 자기가 다 하려고 하면…”이라고 답했다. 주말에도 일하는 인수위 구성원들에 관해선 “나도 나올 생각”이라며 “나와서 점심·저녁도 같이 먹고 들어가고”라고 했다. 그러나 3년 뒤 파면될 때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는 근태 관련 논란이 반복적으로 따라붙었다.
![2022년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설치된 천막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는 모습.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9/e3a85067-03c4-4343-8951-81777a771018.jpg)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야근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일자리가 아무래도 부당해 보이겠으나, 생각을 조금 악덕하게 해보면 어떨까. 대통령이라는 ‘직원’을 채용한 국민이라는 ‘사장’의 입장으로 말이다. 그 직원에게는 계약 기간 내내 살 집도 내주고, 전용 자동차·비행기, 주치의에 전속 요리사·미용사도 지원한다. ‘일에 방해되는 것은 다 없애줄 테니 일만 잘하라’는 ‘신의 직장’급 복지 혜택이다.
대통령을 이렇게 직장인으로 치환하면, 그에게 왠지 더 큰 요구를 하고 싶어진다. 요즘 직장인은 어떻게 하면 더 생산적으로 일할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 교육을 받고, 새 기술을 배우고, 네트워킹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많은 직장이 복지 혜택을 줄이고, 복지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곳도 부지기수인데, 하물며 대통령은 당연히 ‘일잘러’여야만 하겠다.
더 이상 대통령의 근면함이 의심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급한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엔 일잘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충직한 일꾼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서약했다. 이 약속 꼭 지키길 바란다.
임성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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