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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일하는 대통령

임성빈 경제부 기자
3년 전 당선인 신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과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두 곳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 공간을 차렸다. 건물에 자리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통의동 마당에 천막을 쳐서 기자실을 만들었다. 인수위 출범 6일째 되는 날 당선인이 천막 기자실을 직접 방문했는데, 들어와서 가장 안쪽에 있던 냉장고부터 열어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많은 기사에 나왔듯 그날 당선인의 주요 발언은 “용산에 가면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였다. 물론 일 얘기도 했다. ‘많이 바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일을 다른 사람한테 떼서 나눠주고 해야지 자기가 다 하려고 하면…”이라고 답했다. 주말에도 일하는 인수위 구성원들에 관해선 “나도 나올 생각”이라며 “나와서 점심·저녁도 같이 먹고 들어가고”라고 했다. 그러나 3년 뒤 파면될 때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는 근태 관련 논란이 반복적으로 따라붙었다.

2022년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설치된 천막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는 모습. [중앙포토]
새 정부 출범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금 지난 정부 이야기를 소환한 이유는 요새 며칠 간의 풍경이 3년 전과 꽤 대조적이라서다. 최근 연일 화제가 되는 주제 중 하나는 대통령의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 심야까지 경제 점검 회의를 열고, 둘째 날엔 점심을 김밥으로 때우며 3시간 40분간의 회의를 통해 경제 관련 지시를 내렸다. 주말에도 참모진 인선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업무 내용도 중요했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직접 보여줬다는 의미가 크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야근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일자리가 아무래도 부당해 보이겠으나, 생각을 조금 악덕하게 해보면 어떨까. 대통령이라는 ‘직원’을 채용한 국민이라는 ‘사장’의 입장으로 말이다. 그 직원에게는 계약 기간 내내 살 집도 내주고, 전용 자동차·비행기, 주치의에 전속 요리사·미용사도 지원한다. ‘일에 방해되는 것은 다 없애줄 테니 일만 잘하라’는 ‘신의 직장’급 복지 혜택이다.

대통령을 이렇게 직장인으로 치환하면, 그에게 왠지 더 큰 요구를 하고 싶어진다. 요즘 직장인은 어떻게 하면 더 생산적으로 일할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 교육을 받고, 새 기술을 배우고, 네트워킹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많은 직장이 복지 혜택을 줄이고, 복지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곳도 부지기수인데, 하물며 대통령은 당연히 ‘일잘러’여야만 하겠다.

더 이상 대통령의 근면함이 의심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급한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엔 일잘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충직한 일꾼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서약했다. 이 약속 꼭 지키길 바란다.





임성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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