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환율 협상 두려워할 것 없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경제가 환율에 덜 민감해졌다. 수출품의 고부가가치 전환, 글로벌 공급망 분산, 환헤지 능력 향상 등으로 원화가 절상돼도 수출이 과거처럼 크게 줄지 않는다. 원화 강세는 물가상승과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는 데다 외국인 주식투자도 늘리는 등 긍정적 측면도 상당하다. 미국도 환율을 마냥 밀어붙일 입장이 못 된다. 달러 약세가 너무 진전되면 흔들리는 달러화 지위가 더 약화한다. 따라서 플라자 합의 같은 대규모 환율조정은 쉽지 않다. 지난주 미국이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종전과 같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관세율과 환율 협상 사이의 비중 조정(trade-off)도 고려 대상이다. 환율을 지킬 것인가 관세율을 지킬 것인가? 자동차·반도체 산업의 품목관세율을 양보하는 대신 환율을 지키는 것이 한 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자동차 혹은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 환율을 양보한다면 산업간 공평성 이슈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는 업종별 경쟁력, 대미투자 현황, 향후 성장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미 측이 제시한 관세협상 시한인 7월 9일까지 딱 한 달 남았다. 본격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양보가 불가피한 사안에는 선제적으로 일부 양보하되, 환율 등 다른 영역에서 실익을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환율과 관세 협상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조선·에너지·원전처럼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관세전쟁과 환율전쟁을 넘어,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갈등이 제조업 기반을 다지는 산업정책 전반의 경쟁임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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