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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신수도에 재현한 천국, 브라질리아 대성당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브라질의 오스카르 니에메예르(1907~2012)는 96세까지 현역 건축가로 활동하며 평생 600여 점의 작품을 설계했다. 신수도 브라질리아는 니에메예르의 도시라 할 정도로 수많은 건축물을 남겼는데 주교좌 대성당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1958년 설계했으나 시공 기술적 난제와 군사쿠데타의 정치적 장애로 1970년에 완공되었다.

쌍곡면 포물선으로 설계된 16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모인 형상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손, 또는 십자가 예수에 씌워진 가시면류관을 은유한다. 무신론자라 밝힌 건축가의 종교적 성향과 달리 이 성당은 기독교적 상징으로 충만하다. 스페인에서 기부한 4개의 종을 매단 본당 우측의 종탑은 포도주잔을, 좌측에 건설한 타원형 돔의 세례당은 빵을 연상시킨다. 최후의 만찬에서 비유적으로 말씀한 그리스도의 피와 살이다.

출입로 좌우로 사복음서를 쓴 마태·마가·누가·요한이 4m 청동상으로 서 있다. 본당 주위를 두르는 반사 못 아래로 난 경사로를 따라 지하로 진입한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면 동공이 열리듯 밝고 장엄한 본당 내부로 들어간다. 아래 지름이 70m, 높이 40m로 4000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단일 공간이며, 기둥 사이의 면을 모두 유리창으로 채워 빛으로 충만한 예배당이다. 유연하게 펼쳐진 녹색과 청색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구름을 은유하고 3명의 천사상이 허공을 날고 있다. ‘천국의 재현’이라는 기독교의 전통적 비전을 모더니즘으로 실현했다.

그는 열혈 공산당원으로 미국 입국이 거부되고 군부 독재 20년 동안 유럽에 추방되는 등 파란을 겪었다. 너무 강렬한 조형미로 일각에서 ‘기념비의 조각가’로 폄하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 엄격한 직선과 직각의 국제주의 건축이 만연했으나 그는 추상 곡선과 부정형 곡면의 건축을 추구했다. ‘조국의 산하와 대양의 파도’가 준 영감이었다. 세계 건축계는 그 공로를 높이 사 1988년 최고령 프리츠커상으로 화답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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