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신수도에 재현한 천국, 브라질리아 대성당

쌍곡면 포물선으로 설계된 16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모인 형상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손, 또는 십자가 예수에 씌워진 가시면류관을 은유한다. 무신론자라 밝힌 건축가의 종교적 성향과 달리 이 성당은 기독교적 상징으로 충만하다. 스페인에서 기부한 4개의 종을 매단 본당 우측의 종탑은 포도주잔을, 좌측에 건설한 타원형 돔의 세례당은 빵을 연상시킨다. 최후의 만찬에서 비유적으로 말씀한 그리스도의 피와 살이다.

그는 열혈 공산당원으로 미국 입국이 거부되고 군부 독재 20년 동안 유럽에 추방되는 등 파란을 겪었다. 너무 강렬한 조형미로 일각에서 ‘기념비의 조각가’로 폄하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 엄격한 직선과 직각의 국제주의 건축이 만연했으나 그는 추상 곡선과 부정형 곡면의 건축을 추구했다. ‘조국의 산하와 대양의 파도’가 준 영감이었다. 세계 건축계는 그 공로를 높이 사 1988년 최고령 프리츠커상으로 화답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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