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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그들이 ‘친구 하자’며 달려드는 이유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취재 길. 10여 명의 외국 기자들과 함께 산업용 로봇 제작 회사를 방문했다. 로봇은 전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나르고, 제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 고도화되면서 로봇은 스스로 더 똑똑해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회사 비밀이라며 촬영을 못 하게 했다.

작은 반전이 일어났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말을 들은 그가 갑자기 반색하며 다가온다. 그는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데 어찌 가야 할지 방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헤어지기에 앞서 “더 필요한 것 없냐”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그리고는 여지없이 “우리 위챗 친구 하자”며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선전(深圳) 취재에서 만난 로봇.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시민 운동장 광장에 풀어놓고 있다. 한우덕 기자
그들에게 20여 년 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대륙 곳곳에서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한국 기술을 탐냈다. 지방 정부 관리들은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눈빛을 이번 광둥성 취재에서 다시 봤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 그들은 20여 년 전과는 달리 ‘투자’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기술 얘기도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한국 시장이었다. 병원이나 공장 등에 쓰이는 대형 로봇 청소기를 만드는 회사는 “한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한 유니콘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골프카·오토바이 등에 쓰이는 소형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 사장은 “한국 파트너 회사와 KC 인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가 간다. 그들은 이제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동안 이룬 시장 혁신으로 하이테크 기술 수준도 한국을 능가하고 있다. 돈과 기술로 무장한 그들은 이제 한국을 ‘제법 큰 소비 시장’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공장 로봇 수요가 있는 몇 안 되는 제조업 국가 중 하나다. 미·중 갈등 시대, 한국 너머의 서방 시장을 겨냥한 포석일 수도 있다. 그게 바로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손을 내민 이유다.

지난 30년, 중국은 시장을 미끼로 우리 기술을 유인했다(以市場換技述). 이젠 거꾸로다. 기술을 확보한 그들은 한국 시장을 열기 위해 추파를 던진다.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한국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 영역이 하이테크 미래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기에 충격은 더 크다. 혁신에 뒤처진 결과가 그런 것인가…. 자율자동차를 타고 30분여 선전 시내를 쏘다니며 든 생각이다.





한우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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