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시작된 로봇의 사랑…브로드웨이도 “감정이 북받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사람을 돕는 로봇 올리버(대런 크리스)와 클레어(헬렌 셴)는 사람처럼 서로 간의 애정을 표시한다. [사진 NHN링크]](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9/cbf732aa-68f9-4377-82e2-5037588131db.jpg)
7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서 깊은 벨라스코 극장 앞. 상기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서는 뉴요커 레인 앤더슨(65)은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하 ‘어쩌면~’, 미국 작품명 ‘Maybe Happy Ending’)을 관람한 뒤 “환타스틱(Fantastic)!”을 연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함께 공연을 본 부인 킴벌리 앤더슨(64)은 ‘엄지 척’을 하며 “로봇이 인간보다 더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것 같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9년 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이라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K-뮤지컬’의 저력을 입증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78회 토니상 시상식(현지시간 8일 저녁)을 앞두고 작품상·극본상·음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어쩌면~’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받는다면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의 수상이라는 쾌거를 기록하게 된다. 이날 벨라스코 극장 앞에서 만난 존 테일러(48)는 “토니상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고 티켓 예약을 했다”며 “오늘 직접 보니 수상할 자격이 더없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올리버 역을 맡은 배우 대런 크리스는 구형 로봇의 삐걱거리는 기계음과 ‘사랑에 빠진 소년’에게서 느껴질 법한 감성을 동시에 완벽하게 표현한다. 클레어 역을 맡은 중국계 미국 배우 헬렌 셴은 통통 튀는 활기찬 매력 뒤에 숨겨진 슬픔과 체념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둘이 만들어낸 하모니에 막간 휴식 없이 한달음에 이어진 2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엔딩 장면에서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관객들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1월 정식 개막 후 현지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한 달 만인 12월부터 꾸준히 객석 점유율 90
☞토니상=미국 연극·뮤지컬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연극은 1947년, 뮤지컬은 1949년에 첫 시상을 했다. 정식 명칭은 ‘앙투아네트 페리 연극상’(Antoinette Perry Award for Excellence in Theatre). 마리 앙투아네트 페리라는 20세기 초 미국의 유명 여성 연극인의 이름을 따 왔다. 이번 상은 지난해 4월 26일에서 올해 4월 27일 사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연극과 뮤지컬이 시상 대상이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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