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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 다시는 없다? 일본이 이재명 정부에 기대하는 이유 [오누키 도모코의 일본 외전]

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
“이재명 대통령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일본과 한국은 서로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해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입니다. 일한 관계가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간의 교류를 소중히 하면서 양국 정부 간에 긴밀히 의사 소통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4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축하 메시지를 자신의 X에 한국어로 올렸다. 이시바 시게루 X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 아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 전문이다. 일본 총리가 SNS에서 한국어로 축의를 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심지어 한국어 메시지 아래에 같은 내용의 일본어 글을 올렸다.


같은 시간, 일본 정부는 이시바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축사를 보냈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X의 문장과 대체로 같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공식 경로로 보낸 축사에는 “일·한·미 3국의 공조도 중요하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과거 한국 대선이 치러지면 일본 총리는 미국에 이어 당선 다음날에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전화통화 전에 일본 정부가 이 정부와의 관계구축을 서두르고,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왔다. 글자수 제한이 있는 X에선 한국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양국 관계로 압축해 발신했고, 외교상 필요한 메시지는 정부 간 경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이 정부에 대해 한국의 과거 어느정권보다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일 이시바 일본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뿌리 깊은 반일 이미지


일본에선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과거 일본을 ‘적성국가’라고 부른 이 대통령을 경계하고 있다. 계엄 정국에 일본에서 인기있는 한국인 남성 유튜버가 “이재명은 뼛속까지 반일인사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일·한관계는 끝난다”고 말한 일본어 동영상 조회수는 118만 회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발언하는 등 대일관계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4일 취임 직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전임 정부의 징용공 해법에 대해 “국가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해 계승할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은 대일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일본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한반도 외교에 종사하고 있는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신중하게 사람을 본다. 갑자기 실용외교나 일본을 사랑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발언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대부분의 일본인의 본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일본인은 윤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일본 정부 관계자 모두가 윤 전 대통령을 “이렇게 일·한 관계에 마음을 쓴 대통령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취임 후 첫 반년 정도는 신중하게 지켜봤다. 일본 정부가 신뢰하기 시작한 것은 윤 정부가 징용공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였다. 한·일관계가 오랜 세월 부침을 반복해온데다, 일본인은 비교적 다른 사람과의 신뢰를 쌓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가까워진 국민, 탈이념

지난 4월 아카자와 교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받은 모자를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었다는 문재인 전 정부와 비교하면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다. 한국에서 ‘노 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 이 벌어졌던 2019년 문 정부 시절에도 트럼프 행정부였지만 트럼프 1기 때는 그나마 안정적인 외교를 구사했다. 하지만 2기에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가 두드러졌고, 한·일 양국은 미국과의 추가관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정치에 정통한 와타나베 쓰네오(渡部恒雄) 사사카와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 부활이나 확장억제 강화 등을 위해 공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한·일 양국의 여론 변화다. 문화 교류와 상호 방문 등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면서 상대국에 대한 여론이 호전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41.7%로 2013년의 조사 시작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편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42.7%로 가장 낮았다. 각각 12.3%, 71.6%였던 2020년에 비해 극적으로 개선됐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에서 대일관계 악화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일본 오사카 코리아 타운. 최근 일본에선 한국 현지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 내각부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56.3%에 달했다. 2019년 (26.7%)의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여론과 이시바 총리가 원래 온건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시바 내각이 한국에 강경자세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이 대통령은 이념보다는 실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에게는 그다지 강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문·아베 시대에 관계가 악화된 요인 중 하나가 대북정책의 차이였다. 이 때문에 당시 활동한 전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보다 이 대통령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정치와 분리시켜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다만 바꿔서 말하면 이 대통령은 국민 여론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일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킨 윤 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의도, 또 이 대통령 지지층에 대일 강경파가 많다는 점 등도 일본으로선 걱정거리다. 미국통이고 일본도 잘 아는 위성락 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중 누가 정권 내에서 더 힘을 가질지도 일본으로선 관심사안이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윤 전 정부와 비교하면 일·한관계가 어려워질 것은 틀림없다. 한국의 대미, 대중 정책과 국내 여론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감안해 조금이라도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98년 ‘김대중 오부치 선언’(한·일공동선언) 발표 당시 주한대사를 지낸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전 대사는 “한국은 보수와 진보가 격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거듭된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된 상황”이라며 “일·한관계는 가급적 국내정치와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3일 도쿄에서 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일본대사가 한국 새 정부와의 관계 구축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15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선 이 자리에서 회담을 할 것인지, 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 것인지 주목된다.



오누키 도모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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