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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기고] 증상 조절 중요한 파킨슨병,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부터 늘려야

기고 신혜원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

약물치료로 질병 진행 늦추고 증상 관리
환자마다 다른 증상 조절약 선택 필요

신혜원
얼마 전 뉴스에서 70대 파킨슨병 환자가 늦은 밤길을 걷다가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는 보행 동결(Freezing of Gait) 증상으로 1시간 동안 홀로 서 있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집에 돌아갔다는 훈훈한 소식이 보도됐다. 소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안타까웠다. 한국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약효 소진 현상으로 보행 동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흡입형 약이 없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필요하지만, 약물치료로 파킨슨병 환자의 독립적 일상을 유지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씁쓸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운동 기능에 다양한 장애를 유발하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증상이 진행하면서 혼자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져 결국 장기적 돌봄이 필요해진다. 현 의학 수준에서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다. 약물치료로 질병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조절·관리하면서 지금과 같은 일상생활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파킨슨병의 증상을 조절하는 다양한 약이 필요하다.

파킨슨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레보도파다. 진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 유지 시간이 줄어들거나 몸이 꼬이는 등 운동 합병증이 나타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파민 효현제, MAO-B 억제제, COMT 억제제 등 다양한 보조 약제를 활용한다. 해외에선 약물 전달 체계를 개선한 제형으로 정밀하게 파킨슨 증상 조절하는 약도 나왔다. 파킨슨 증상이 심해지면 도파민 분비를 돕는 약을 매일 일정 간격으로 먹어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을 줄여준다.

오늘도 환자는 진료실에서 “신약이 나왔나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쓸 수 있는 약은 많지 않다. 미국·유럽 등에서 수년 전부터 사용 중인 파킨슨병 신약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잘 쓰던 약도 약값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 철수한 경우도 있다. 특정 약에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에게 대체 약이 필요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약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파킨슨병은 치료제의 선택 범위가 넓을수록 치료의 질이 높아진다. 열악한 국내 파킨슨병 치료 환경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깊은 좌절감을 남긴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에서도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국내 미도입 파킨슨 신약 5종 도입을 촉구하는 등 파킨슨병 치료제의 다양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약물 선택의 폭은 곧 치료의 질이고 환자의 권리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고 검증된 치료제의 국내 도입은 매우 시급하다. 지금 당장 이용 가능한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은 파킨슨병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뉴스에서 나온 사람처럼 파킨슨병으로 오도 가도 못하고 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약부터 늘리는 것이 최선의 약물 조합을 위해 고민하는 의료진과 더 나은 삶의 기대하는 파킨슨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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