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3.0] "브로커 차단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개선해야"
'미누상' 수상자 레지나 비타비트 용인필리핀공동체 대표 인터뷰 연장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엔 "별도 숙소·식사 제공 필요"
'미누상' 수상자 레지나 비타비트 용인필리핀공동체 대표 인터뷰
연장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엔 "별도 숙소·식사 제공 필요"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많은 근로자가 임금 체불과 브로커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레지나 디남링 비타비트(51) 용인필리핀이주노동자공동체(YFMWC)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년째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매달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25년 전 한국에 정착한 그는 현재 경기 용인에 거주하면서 국내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년간 이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지난해 '미누상'을 받았다.
미누상은 한국 이주 노동운동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네팔 출신 노동자 미누 목탄을 기려 이주노동 활동가들로 구성된 '미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2020년 제정한 상이다.
특히 그는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계절근로자 제도 개선 권고, 필리핀 해외이주노동자부의 불법 브로커 개입을 통한 계절근로자 송출 중단 행정명령 등을 끌어냈다.
비타비트 대표는 요즘 국내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 및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불법 브로커 개입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일부 브로커가 밤늦게 이주노동자를 찾아와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한 사실도 확인했다.
전남 해남과 고흥, 신안 등 일부 지역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여권을 압수하는 등 불법 브로커들의 활동이 성행하고 있다고 귀띔하며 "법무부의 대응은 협약 해지 정도에 그쳐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 브로커들은 계절근로자 월급의 절반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며 "브로커 1명당 노동자 10명을 모집하면 1천만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코로나19 시기에 필리핀 현지 한인 등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 사실을 신고하더라도 3∼5개월 뒤 계약 종료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문제 제기도 쉽지 않다"며 "필리핀 정부는 해결 의지가 있지만 일부 공무원들과 브로커 간 유착 관계 문제도 있어 복잡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많은 계절근로자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오지만 취약하고 불리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필리핀 해외이주노동자부와 한국 정부가 협업해 브로커 개입 여부를 막고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타비트 대표는 "미누상 수상 이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더 늘었는데 긍정적인 신호"라며 "이주민을 돕기 위해 나서는 이들을 통해 포용적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이 필리핀 이주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주민 지원 활동은 자신처럼 한국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비타비트 대표는 "이주민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상담하며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며 "단순히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고 존중받으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인식 제고, 정책 변화, 강력한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최근 1년 연장을 결정한 '외국인(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한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정부는 높은 비용 부담과 수요 저조 등을 고려해 당초 올해 6월 예정됐던 본사업은 보류했다.
비타비트 대표는 계절근로자 사업과 비슷하게 근로자의 급여에서 브로커 비용이나 숙소, 식비 등이 차감되는 현실을 지적한 뒤 "가사관리사에게 숙소비와 식비는 무료로 제공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래야만 가사관리사가 걱정 없이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돼 결국에는 이용 가정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 사업의 성공은 양국 국민에게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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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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