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트럼프 복수세' 반발…"무역전쟁 새 전선"
"70개 기업 대표, 미 의원들에 반대 목소리" "관세 혼란보다 미국에 더 큰 타격" 전망도
"70개 기업 대표, 미 의원들에 반대 목소리"
"관세 혼란보다 미국에 더 큰 타격"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부 외국인 투자 이익에 이른바 '복수세' 부과를 추진 중인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번 주 미 상원의원들을 만나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내 다국적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기업연합(GBA)의 조너선 샘퍼드 회장은 약 70개 기업 대표가 이번 주 워싱턴에서 의원들을 만나서 해당 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해당 조항을 없앨 동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상원의원들은 이 조항이 투자 유치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비전을 이루는 데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GBA에는 셸·도요타·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 200개 가까운 기업이 회원사로 있으며 미국 내 840만개 일자리에 대한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복수세는 최근 하원을 통과한 세법 개정안의 899조를 가리킨다. 외국이 미국 기업에 부당한 과세를 한다고 판단되면 해당 국가의 기업·개인이 미국 주식·채권 투자로 얻는 이자·배당 수익에 대한 세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JCT)는 해당 조항 시행 시 향후 10년간 1천160억 달러(약 158조원)가량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 조항은 외국인 투자자나 미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등에 적용 가능하며, 이 여파로 외국인들이 미국 내 투자나 자산 보유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SBC·BNP파리바·UBS·중국은행 등이 회원사로 있는 금융업계 단체 국제은행가협회(IIB) 역시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 재무부 관계자, 상원 은행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증세를 1년 연기하고 일부 조항 삭제를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진출한 외국 은행들은 미국 내 외국 기업들의 채권 발행액 가운데 70% 이상을 인수하며, 이는 전체 달러 표시 채권 발행액의 3분의 1에 가깝다는 게 IIB 설명이다.
베스 조크 IIB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조항은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질식시키고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올 위험이 있으며, 미 전역의 미국인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에서 우려스러운 새 전선"이라면서 관세로 인한 혼란보다 미국에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거론한 바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 비중은 선진국 평균 대비 절반 이하이지만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외국 자산 보유액은 36조 달러(약 4경9천조원)인 반면 외국인의 미국 자산 보유 규모는 62조 달러(약 8경4천조원)에 이른다. 미국 정부 부채의 3분의 1가량인 9조 달러(약 1경2천조원)의 채권자도 외국인들이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관세정책 등으로 '셀 아메리카'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차병섭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