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전’ 10기, 웨스팅하우스가 싹쓸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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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100조원 독식 가능성”
댄 섬너 웨스팅하우스 임시 최고경영자는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승인받은 원자로 설계와 유효한 공급망, 최근 조지아주에 원자로 2기(보글 3·4호기)를 건설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이행할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명한 행정명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설비용량 규모를 현재 97GW에서 400GW 수준까지 4배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2030년까지 1000㎿급 이상의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고, 새 원자로 인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 18개월로 단축하는 등 규제도 완화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대형 원전 10기 건설 비용을 750억 달러(약 100조원)로 추산한다. FT는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폴란드·중국·우크라이나 등에서 최소 12기의 AP1000 원전을 건설하고 있거나 계약 중”이라며 웨스팅하우스의 독식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의 현재 역량으로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하는 등 원천 기술을 지닌 회사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미국 내 원전 건설 중단으로 신규 원전 공급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일본 도시바에 인수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내 ‘VC 섬머 2·3호기’와 ‘보글 3·4호기’ 공사에 나섰지만 공사 지연, 초과 비용 발생으로 2017년 파산 신청을 했다. 이후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가 2018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고, 2022년 지분 49%를 캐나다 우라늄업체 카메코에 넘기는 등 대주주 변동도 잦았다. 미국 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인스티튜트의 아담 스타인은 “웨스팅하우스의 10기 대형 원자로 건설 계획은 매우 야심 차고 도전적”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프랑스·러시아·중국·일본 등 6~7개국 정도다. 이 중 러시아·중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미국 내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한국·프랑스·일본의 기업이 미국 원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완공한 경험이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빠른 사업 추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사 기간(on time)과 예산(within budget) 준수가 가능한 한국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형 원전을 미국에 직수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 원전 공기업 관계자는 “한국형 노형인 APR1000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문제 등으로 얽혀있다”며 “(원전 수출 시 미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한·미 원자력 협정 등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원전 기자재·건설업체 등에는 확실한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웨스팅하우스가 추진 중인 대부분 원전의 주기기 건설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고 있으며, 현대·대우건설 등도 웨스팅하우스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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