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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전선 넓어지는 트럼프의 ‘반엘리트 전쟁’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부터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까지 총 8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 등 최소 21명 이상의 연방 대법관을 배출해 단일 로스쿨 중 가장 많은 대법관을 길러낸 미 최고의 명문대학. 그 하버드대가 계속 봉변을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연방 보조금이 끊기고, 비록 법원 제동이 있었지만 외국인 유학생 비자 승인 프로그램이 취소될 뻔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대주의 근절 정책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들어가 보면, 하버드를 정조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문화전쟁’ 이면에는 하버드를 정점으로 한 미국 엘리트 고등교육과 그 구조를 지배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에 대한 트럼프 정권의 뿌리 깊은 반감이 있다. 하버드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에 매몰돼 미국의 가치를 오염시키는 급진 좌파의 진앙이 됐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강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기본 인식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하버드대 집회 참석자들이 유학생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사회 엘리트 계층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끈질긴 공격에는 하나의 지속적인 맥락이 감지된다. 집권 1기 때 트럼프 행정부가 벌인 두 개의 ‘반엘리트 전쟁’ 중 하나는 언론, 다른 하나는 워싱턴 DC 정부 관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가짜뉴스’로 낙인 찍곤 했고, 제도권 언론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등 언론 엘리트와의 디커플링을 시도했다.

또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워싱턴의 관료 집단을 ‘딥 스테이트’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정부 공무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관료 집단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추진했다. 대중과의 소통을 중개하는 언론 엘리트, 정권의 손발이 되는 관료 엘리트와의 전쟁에 이어 하버드로 상징되는 지식권력 엘리트와의 전쟁에 나선 셈이다.

지난달 29일 졸업식이 열린 하버드대에서 만난 이 학교 강사 라라 저메니스는 “250년 이상 잘 작동해 왔던 미국 민주주의 근간을 한마디로 말하면 표현의 자유”라며 “행정부가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버드를 때리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듣기 불편한 진실’이 공표되고 연구되는 시스템이 권력의 공격을 받으면, 사회는 질문을 멈추고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언론·관료·교육기관이 연이어 정권과 극한 갈등에 휩싸이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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