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운동화'도 10배 뛰었다…정치까지 파고든 '굿즈 경제학'
별걸 다 팔고 사는 ‘굿즈 경제학’
경제+
지난달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출정식 현장에서 신은 리복 운동화는 ‘이재명 운동화’로 불리며 하루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공식 매장에서 할인가 3만5600원에 팔리던 운동화가 오픈마켓에서 34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착용했던 뉴발란스 운동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카시오 시계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팬덤 문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굿즈 산업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은 물론 정치인·지자체까지 제작에 뛰어들면서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미국에서도 고가의 굿즈가 나오는 족족 팔리며, 내수 경기를 살릴 핵심 산업으로까지 꼽힌다. 굿즈 시장, 도대체 얼마나 커진걸까.
제품·상품이라는 뜻의 굿즈(goods)는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모든 산업에 통하는 일종의 가치 소비로 확장 중이다. 이 시장에 발빠르게 뛰어든 건 정보기술(IT) 업계다.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등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각종 상품을 자체 몰뿐 아니라 편의점,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산한 올해 국내 캐릭터 IP 시장 규모는 16조2000억원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경기 침체를 극복할 동력으로 ‘굿즈 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지 굿즈 시장 규모는 2029년 5900억 위안(약 112조5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좁쌀(穀子, 구쯔)의 중국어 발음에 착안해 굿즈 구매를 ‘좁쌀을 먹는다(吃穀, 츠구)’라고 표현하는 신조어도 생겼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불황으로 고가 제품을 소비하기 힘든 젊은 층이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이 담긴 굿즈를 소비하는 게 전 세계적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팬덤 있는 곳에 굿즈 있다=미국에서 정치 굿즈는 이미 선거 문화의 일부다. 컵과 티셔츠부터 성경책, 병따개, 파리채까지 각종 기상천외한 제품에 후보자의 이름과 슬로건이 들어간다. 굿즈 판매 수익은 정치인 소액 후원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선거 캠프도 제작에 적극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빨간 모자가 대표적이다.


◆내 편 만드는 굿즈 마케팅=굿즈 문화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자 기업들도 굿즈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희소한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굿즈가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굿즈 마케팅의 대표 성공 사례는 스타벅스다. 한국 법인의 경우 2003년부터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프리퀀시 행사’ 기간에는 전월보다 매출이 약 10% 상승한다.
‘잘 만든 굿즈 하나’가 열혈 고객을 낳기도 한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예스24 등은 구매 고객을 위한 ‘이달의 굿즈’를 발매한다. 최소 구매 금액 이상을 결제해야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굿즈광’들은 마음에 드는 굿즈를 위해 계획에 없던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온라인서점 예스24 관계자는 “굿즈가 도서 판매 객단가를 2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굿즈, 어디까지 확산될까=수익 활동을 하지 않는 단체나 공공기관들도 굿즈 열풍에 올라탔다.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봐서다. 요즘 SNS에서 핫한 굿즈 맛집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지난해에는 200억원어치가 넘는 뮷즈(뮤지엄+굿즈) 제품이 팔렸다. 굿즈 덕분에 박물관의 이미지가 ‘MZ들의 트렌디한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하지만 지나친 굿즈 마케팅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K팝 팬 두 명 중 한 명(52.7%)은 굿즈를 받으려 음반을 산다고 답했다. 무작위로 제공되는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산 소비자들은 같은 음반을 평균 4.1개 구매했고 최대 90개까지 구매해봤다고 말했다.
2020년 스타벅스 프리퀀시 상품을 받기 위해 130만원을 내고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1잔만 챙겨 갔다는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과도한 굿즈 소비가 자칫 자원 낭비나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소비자가 합리적 기준을 갖고 소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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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황수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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