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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위로 '美미래권력' 급부상…트럼프와 맞짱 뜬 이 남자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해 촉발된 로스엔젤레스(LA) 시위 사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가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2028년 대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점에서 ‘미래 권력’(뉴섬 주지사)과 ‘현재 권력’(트럼프 대통령) 간 파워 게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하자 주지사 승인을 거치지 않은 ‘권한 남용’이라고 반발하며 소송을 내겠다고 했던 뉴섬 주지사는 9일(현지시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뉴섬 주지사와 롭 본타 주 법무장관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연방 군으로 60일간 전환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철회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는 미 헌법을 지키지 않고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로 공포와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에 있는 미국 이민국(USCIS) 사무소 인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 강경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섬 “트럼프 권한 남용” 소송

앞서 뉴섬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진압 기조 때문에 시위가 격화됐다는 논리를 펴며 “이는 정확히 트럼프가 원했던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는 다른 주에서도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주방위군은 평소 주지사 지휘에 따라 주를 방어ㆍ보호하는 임무에 집중하지만, 내란ㆍ폭동 및 공공질서 붕괴 등 반란 상황 시 대통령은 반란법(Insurrection Act)에 따라 주방위군을 연방군처럼 동원할 수 있다. 1992년 이른바 ‘LA폭동’ 때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반란법을 적용해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투입을 결정한 사례 등이 있다.

다만 각 주 고유의 자치권이 강한 상황에서 반란법에 근거한 주방위군 동원은 정치적 부담이 되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신중을 기해 왔다. 전쟁이나 국가비상사태 등에서는 대통령이 ‘타이틀 10’에 따라 주지사 동의 과정을 생략하고 주방위군을 소집할 수 있다.

뉴섬 주지사는 이날 LA 시위에 해병대를 파병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도 ‘도발’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두려움과 분노를 조장하고 분열을 심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컴튼의 클린턴 초등학교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뉴섬 체포’ 지지…“뉴스컴” 조롱

그런 뉴섬 주지사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톰 호먼 국경 차르(총괄 담당)가 불법 이민 단속을 방해할 경우 뉴섬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 시장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 “제가 톰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훌륭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완전히 무능하다는 것을 다 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서는 뉴섬 주지사를 ‘무능한 개빈 뉴스컴’이라고 조롱조로 부르며 “뉴스컴과 배스(LA 시장)는 ‘트럼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정말 훌륭합니다’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했다. 뉴섬 주지사 성을 바꿔 부른 ‘뉴스컴’(Newscum)은 본래 성 ‘뉴섬(Newsom)’에 쓰레기 등을 의미하는 비속어 ‘스컴’(Scum)을 합쳐 만든 조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산불이 확산됐을 때도 뉴섬 주지사에 대응 부실 책임을 물어 “뉴스컴은 물러나야 한다”고 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 간 충돌 격화에는 두 사람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LA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을 통해 정치적 기회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관세정책 혼란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갈등 등으로 수세 국면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호응도가 높은 국정 어젠다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상황 호전을 꾀한다는 의미다.



강성 보수 “이건 전쟁”…트럼프 응원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 이후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열성적 보수 진영이 강하게 결집하는 양상이다. 극우 강성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폭동에 대처하기 위해 해병대 500명을 배치한다고 한다. 상황은 계속 호전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워룸’에서 “정치적ㆍ사이버ㆍ심리적ㆍ경제적 전쟁이 이제 본격화했다”며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밤 벌어진 일들은 미국에서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섬, 민주당서 ‘반트럼프 구심점’ 역할

반면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서 서면서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에 패배한 이후 지리멸렬했던 민주당에서 뉴섬 주지사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에 화력이 붙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현직 주지사(뉴섬)를 체포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폭정으로 가는 권위주의의 특징이다. 모든 미국인은 미 헌법 체계를 무시하는 대통령에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아성인 캘리포니아에서 재선한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자 그 뒤를 이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잠룡이다. 2028년 대선 출마는 예정된 수순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의 정면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초 발생한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책임을 놓고 둘은 대립각을 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이 성전환 여성의 스포츠대회 참여를 문제 삼아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연방 정부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한 일도 있었다.

미래 권력 뉴섬 주지사와 또 다른 미래 권력으로 꼽히는 JD 밴스 부통령 간에도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섬 주지사 체포’ 지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뉴섬 주지사가 이날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지향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하자 밴스 부통령은 뉴섬 주지사를 향해 “당신 일이나 잘하라(Do your job)”고 공격했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당신 일이나 잘하라”고 맞받았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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