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코스’ 오크몬트서 누가 웃을까
![US오픈 골프 대회 가 열리는 오크몬트 골프장 3·4번 홀 사이의 처치 퓨 벙커. [A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1/632e5c3d-d9d2-452f-a740-c7911f74ec2a.jpg)
US오픈 측은 전장과 러프는 길게, 페어웨이는 좁게, 그린은 딱딱하고 빠르게 한다. 우승자 스코어가 이븐파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오크몬트는 “US오픈을 위해 만든 코스”라는 말까지 듣는다. 지난 10일 공식 인터뷰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이곳은 그냥 둬도 US오픈 코스라서 대회 조직위원회가 어렵게 하기 위해 별로 할 게 없다”고 했다.
오크몬트의 최고 난제는 그린이다. 오크몬트 회원들은 특히 그린 빠르기에 집착한다. 이들은 다른 클럽 회원을 초대한 뒤 빠른 그린에 고생하는 걸 보며 클럽하우스에서 킥킥거리는 사디스트라고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보다 더 빠르다. 그린 스피드 측정기인 스팀프미터가 태어난 곳도 이곳이다. 1935년 대회에서 진 사라센의 퍼트가 그린 밖으로 굴러 나가는 걸 보고 만들었다. 스팀프미터 수치가 ‘매우 빠르다’인 13을 넘어 15에 이르기도 한다. “마커로 쓰는 동전도 그린에서 미끄러질 정도”라고 농담하는 선수도 있다. 원로 골퍼 리 트레비노는 3퍼트가 잦다는 의미로 “여기서는 한 홀 2퍼트를 할 때마다 리더보드에서 몇 명을 추월한다”고 말했다.
코스는 1903년에 문 열었다. 창립자 헨리 파운스는 자신이 세운 철강회사를 앤드루 카네기에 팔고 골프에 천착했다. 그는 “골프장은 아름다움 경연장이 아니다. 서툰 자, 줏대 없는 자, 변명에 익숙한 자는 물러가라. 잘 못 친 샷은 돌이킬 수 없는 샷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들에게 “골프장을 어렵게 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아들은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미국골프협회장을 지냈다. US오픈이 어려운 대회가 된 건 오크몬트 창립자 부자의 영향도 크다.
남자골프 세계 3위 잰더 쇼플리(미국)는 “여기선 매 홀이 전투이고, 매일이 전쟁”이라고 했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페어웨이에 가지 못하면 파 하기가 매우 어렵고, 페어웨이에 가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2007년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의 우승 스코어는 5오버파다. 2016년 더스틴 존슨(미국)은 4언더파로 우승했는데, 비가 많이 와 그린이 부드러웠다. 올해도 많은 비로 그린이 물렁물렁한 편이어서 언더파 우승 스코어가 나올 수도 있다.
코스엔 300야드 가까운 파 3홀도 있고, 드라이버를 친 뒤 웨지를 잡아야 할 홀도 있다. 그래서 장타를 치는 상위 랭커 대신 정교하게 경기하는 의외의 우승자가 나올 수 있다. 토머스와 쇼플리는 “날이 건조해져 그린이 단단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프를 5인치(12.7㎝)로 잘랐다는데, 현장에서 뜯어보니 20㎝ 가까웠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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