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킬링시저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킬링시저’는 둘이 합을 맞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브루투스 너 마저”로 잘 알려진 시저의 암살 장면을 극 서두부터 펼쳐낸다. 정의의 이름으로 권력자를 죽인 이들의 정의가 광기로 돌변하고, 사라진 권력자 대신 또 다른 독재자가 탄생하는 아이러니를 그렸다.
작품은 시종일관 진지하다. 배우들도 마찬가지. ‘시저’ 역을 연기한 손호준의 눈에서 ‘해태’와 같은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고 권력자의 위엄과 무게감을 보여줬다. 시저 처단에 앞장선 ‘브루투스’ 역의 유승호는 자신이 주도한 권력자 암살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고뇌를 제대로 보여줬다. 국민 동생이 아닌 배우로 보였다.
둘은 지난해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모두 무대 공포증이 심하다고 했었고, 실제 당시 무대 연기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다시 무대를 찾았고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손호준은 “연극은 매번 떨리고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끝나면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더 나아진 무대 연기를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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