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빈곤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복지 전달체계를

저성장·고령화, 재정 지출 역대급
세수 감소로 복지재원 조달 부담
빈곤가구 복지 사각지대 없애야
세수 감소로 복지재원 조달 부담
빈곤가구 복지 사각지대 없애야

복지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설정한 복지 대상에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대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초연금의 급여를 인상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노인의 70%로 설정한 지급 대상을 더 어려운 노인으로 축소해야 한다.
노인 인구 증가와 기초연금 지급액 인상으로 기초연금 예산이 2020년 16조7000억원에서 2025년에 26조1000억원으로 급증했지만, 빈곤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막대한 기초연금 지출에도 38.1%로 여전히 높은데, 이는 기초연금의 빈곤 감소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석해보니 2022년 기초연금의 빈곤 감소 효과는 6.4%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는 기초연금액(2025년 최대 월 34만2510원)이 적어 빈곤선(중위소득 50%) 바로 아래의 노인만 수급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고 가장 취약한 노인은 기초연금 수급 후에도 여전히 빈곤선 아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초연금이 없을 때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이 44.5%인데, 노인의 70%에 지급하기 때문에 수급자의 약 3분의 1(25.5%)은 빈곤선 위에 있는데도 받는다. 이처럼 빈곤 완화를 위한 목표 대상 설정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지급 대상을 점진적으로 노인 인구의 50%로 축소하길 제안한다. 기존 수급자의 반발 때문에 수급 대상 축소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하위소득 노인의 50%에겐 높은 급여 인상률을, 중위소득 이상 노인에겐 낮은 급여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국가가 생계·주거·의료·교육 등의 급여를 제공해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다. 2025년 예산은 21조 8616억원으로 사회복지 예산의 20.4%를 차지한다. 역대 정부는 수급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급여를 인상해 왔는데, 생계급여(1인 기준 월 76만5444원)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장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의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각지대가 문제다. 최저 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인데도 여전히 넓은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특히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 발생 이후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왔고, 위기 가구 파악을 위한 행정 시스템을 개선했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해 단전·단수,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체납 등 위기 징후 정보를 늘렸지만 최근 발생한 ‘익산 모녀’ 사건은 이 모니터링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았다. 이는 위기 가구 파악을 위한 행정 시스템에 여전히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평균 경제성장률 1% 미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예산 규모의 확대를 통한 최저생계 보장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새 정부는 동일 수준의 현금 급여를 광범위한 집단에 골고루 지급하는 대신 예산을 빈곤 가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위기 가구 파악을 위한 행정 시스템을 개선해 복지 사각지대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국민연금 구조개혁을 통해 후세대 부담을 축소하고, 노인 지역돌봄 같은 사회서비스의 분절적 전달체계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