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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절반이 계속 흡연…입원때 밀착 상담하니 56% 끊어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강소연(왼쪽) 국립암센터 금연상담사가 10일 췌장암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환자는 47년 흡연하다 암센터의 금연지원을 받아 5개월째 금연을 이어간다. [사진 국립암센터]
30년 담배를 피워온 50대 A씨는 얼마 전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국립암센터에서 수술했다. 수술 전 암센터 금연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금연을 결심했다. 수술 후 세 차례 상담 때, 일주일 만에 병원을 나설 때도 그랬다. 퇴원 당일, 다음날 무사히 넘겼다. 사흘 만에 무너졌다. 담배에 손을 댔고 양이 늘었다. 일주일 후 상담사의 전화를 무시했다. 다시 일주일 지나 외래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전화벨이 울렸다.

"잠깐 뵐 수 있을까요."(상담사)
"못 볼 것 같아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에 남아있던 담배를 피웠고, 계속 피웁니다."(환자)

그는 요새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피운다. 강소연 국립암센터 금연상담사는 "암세포를 죽이려고 치료하면서 발암물질인 담배를 몸에 넣는다"며 "암이 최악의 스트레스인 데다 주변의 금연 압박이 더해져 흡연 욕구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수술 앞둔 환자 몰래 흡연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호흡기내과 전문의)은 지난달 22일 담배 소송 법정에서 "수술 앞두고 복도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장면들을 수도 없이 본다"고 말했다. 담배는 중독성이 워낙 커 중병에 걸려도 끊기 쉽지 않다. 대한암학회지에 발표된 논문(2020년)에 따르면 2004~2011년 암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만 5141명의 51.6%가 계속 흡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년만에 흡연율 상승 충격
예산 줄고 새 정책 없어
입원이 금연 설득 호기
"금연지원 병원 확대해야"
미국의 조기 폐암 환자 추적조사 연구에서 37%가 재흡연하는 것으로 나온다. 후두암 환자의 35.3%가 재흡연했고 이 중 52.6%가 암이 재발했다. 금연을 유지한 후두암 환자 재발률(28.7%)의 1.8배에 달한다. 스스로 금연하는 비율은 3~5%로 매우 낮다고 한다. 전문가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김열 대한금연학회 차기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은 "암 등으로 입원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금연을 시도하기에는 최고의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김열 교수는 지난 5일 대한금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립암센터 입원환자 금연 프로그램의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흡연자(금연 3개월 이내 포함)인 1921명의 암 환자에게 금연 프로그램 참여를 설득했더니 289명만이 동의했다. 이 중 56.5%가 금연(6개월 금연 유지)에 성공했다. 위암 70.4%, 갑상샘암 67.8%, 폐암 59.6%, 전립샘암 54.3% 순이다. 강소연 상담사는 "정성을 들여 상담해도 금연 성공이 참 힘들다"고 말한다.

김경진 기자
50년 흡연자 "상담 덕분 금연"
이택만(70)씨는 지난해 8월 국립암센터에서 구강암(3기) 수술을 받았다. 5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 하루에 세 갑 피운 적이 많다. 입원하러 상경하는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족 몰래 담배를 피웠을 정도다. 이씨는 금연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금연약이나 니코틴 보조제 없이 시도했다.

강소연 상담사의 집요한 노력이 시작됐다. 입원 기간(약 1개월)에 3~4일마다 병실을 방문해 용기를 북돋웠다. 3~4주 간격으로 외래진료 올 때 상담했고, 수시로 전화했다. 금연 유지, 금단증상 극복, 금연 후 달라진 점 등에 대해 대화했다. 6개월 노력 끝에 올 3월 금연에 성공했다. 이씨는 "진짜 담배를 사랑한 사람인데, 암센터 도움이 없었으면 결코 끊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열 교수는 "뇌졸중 치료를 받고 퇴원한 지 19개월 후 60%가 재흡연한다는 연구가 있다. 다시 피우면 재발률이 71% 높고, 사망률이 2.27배로 오른다"며 "흡연 관련 질환 입원환자는 반드시 금연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금연약을 처방받으면 환자가 일부 내지만, 프로그램을 완수하면 돌려받는다.

그러나 입원환자 프로그램은 전국 17개 병원(지역금연지원센터)만 운영한다. 지난해 5063명이 등록해 34% 성공했다. 건강증진기금 73억원이 들어갔다. 재원 때문에 확대하지 못한다. 지난해 담배 판매에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은 2조 9298억원인데, 금연사업에는 1000억원(3.4%)밖에 안 쓴다.
김경진 기자
"담뱃값 1만원으로 올려야"
금연 정책은 2015년 가격 인상(2000원), 2016년 경고그림 부착 이후 거의 멈췄다. 이 때문에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6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2023년 7년 만에 뒷걸음질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소득 상승을 고려하면 담배 가격이 감소한 것"이라며 "실내 공공장소 흡연, 담배 광고 및 판촉 규제, 금연 진료 등의 정책이 대재앙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이사장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 장치가 가격 인상이다. 이제 가격을 올릴 때가 됐다"며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분류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숙 금연학회장(신한대 간호학과 교수)은 "한국의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위로 낮다. OECD 평균 수준(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의향서 작성 좋은 기회
입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의향서)를 쓰기에도 적합하다. 의향서 등록기관(760곳) 중 의료기관이 204곳이고, 여기서 작성한 비율이 전체 의향서의 11.2%에 불과하다. 조정숙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어르신들은 평소 다니는 병원에서 의향서 쓰길 선호한다. 병원이 등록기관이 되려면 전문인력 2명을 둬야 해서 확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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