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정의 시선] 후보 시절 공약 다 지킬 필요 없다

해수부 부산 이전 지역갈등 양상
지자체 대형사업 지원 요청 봇물
철저히 검토해야 제2새만금 방지
지자체 대형사업 지원 요청 봇물
철저히 검토해야 제2새만금 방지

다른 한편에선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새롭게 약속했거나 신속한 추진을 강조한 대형 지역사업 지원 요청이 쏟아진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새만금 기본계획에 속한 도로 등 SOC 사업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왔다. 몇 개 남아 있는 SOC 사업은 일괄 예타 면제를 통해 정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과 대구~군위 고속도로사업 등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한다.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조기 착공을 위한 예타 면제도 요청했다. 이외 충북의 청주공항 활성화 지원, 제주의 관광·의료 인프라 확충 요구 등 광역·기초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에게 약속 이행과 신속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과 지역사업 지원 요청을 보고 있으면 새만금이 먼저 떠오른다. 19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개발 사업은 40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1997년 2월 새만금 현장에 간 적이 있다. 환경오염, 새로 만들어질 땅의 용도,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때였다. 세계 최장인 33㎞ 길이의 방조제 공사를 위해 대형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오가던 모습이 기억난다. 새만금개발청 자료를 보면 1991년 방조제 착공부터 2023년까지 14조 6000억원이 들어갔다. 33년간 매년 평균 4423억원씩 들어간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 돈이 들어간다. 97년 당시 매립 완료 시점이 2004년이라 했는데, 산업단지와 수변도시 등이 조성되기는 했지만, 전체 매립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선거에서 이긴 후보와 정당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약속한 수많은 공약 중에서 어떤 것을 정부 정책으로 추진할지, 공약을 현실에 맞게 어떻게 수정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국정과제는 새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행정적으로는 자원 배분에서 우선권을 가지게 되는 만큼 어떤 것을 국정과제로 정하느냐는 예산과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국정과제를 정리할 예정이다. 후보 시절 내놓은 247개의 세부 공약을 정리해 오는 8월쯤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약속한 것을 모두 국정과제로 하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특히 지역 발전 공약은 상당수가 대형 인프라 투자다. 기본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간다. 일단 시작하면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잘못하면 두고두고 큰 짐이 된다.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공약 이행과 신속한 지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외면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욕을 먹더라도 철저한 검토 후에 공약을 선별해 국정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그게 실용 정부다.
염태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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