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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이재명 정부마저 때리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밥을 먹으며 첫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공정위 인력 충원을 주문했다. [사진 대통령실]
대선 다음 날인 지난 4일, 막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생애 조명과 측근 그룹 면면, 참모·각료 하마평, 표심 분석 등 관련 정치 뉴스가 쏟아지는 와중에 세간의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뉴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역대 최고치를 뚫은 억대 개인택시 면허 값 소식이었다. 불황 탓에 일자리 잃은 중장년층이 택시 운전으로 몰리며 빚은 현상이라는데, 내 눈엔 단순히 불황의 결과로 나온 숫자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추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상징적 지표로 보였다. 1분기 역성장(-0.2%)이나 한국은행의 올해 0%대 성장률 전망치 등 다른 요란한 경고음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미래가 없다는 신호 같아서.

미·중 로보택시 앞서가는데
한국, 택시면허 억대 치솟아
과거 정부 실책 반복 않기를
호들갑이 아니다. 운전사 없는 레벨 4(고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중국 우한 등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하다. 숱한 유튜브 체험 영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구글 '웨이모'는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매주 수십만 호출을 받고 있고, 올해를 자율주행 상용화 원년으로 삼은 중국 역시 바이두의 완전 무인 택시 '아폴로 고'가 우한에서만 수백 대 달리고 있다. 한국은 심야 서울 강남에서 딱 3대로 시범 운영 중인데, 그나마도 자율주행 매니저가 운전석에 탑승해야만 한단다. 비교조차 부끄럽다.

한국 기업들도 구글이나 바이두처럼 분명히 다가올 미래인 첨단 모빌리티 산업을 키우려고 꽤 오래전부터 여러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실험을 했다. 카카오택시(2015)가 그랬고, 타다(2018)가 그랬다. 하지만 첨단 미래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플랫폼 사업에 대한 적대감이 컸던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택시기사 보호를 앞세워 과도한 규제를 들이댄 결과 신구 산업의 조화로운 전환 대신 한국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만 순식간에 이렇게 뒤처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22년 2월 택시업계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임기 중 줄곧 택시업계 편을 들며 모빌리티 산업을 적대시했다. 뉴스1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혁신은커녕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을 거듭하며 기업 발목을 잡아 왔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위에 언급한 개인택시 면허 값이다. 어느 도시든 로보택시가 혁신을 통해 영역을 넓힐수록 택시 면허 값은 급감한다. 한국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2010년대 초반 6000만 원대였던 서울 택시 면허 값은 문 정부의 '타다 금지법'과 윤 정부의 카카오 모빌리티 때리기가 이어지며 1억원 넘게 치솟았다. 타다가 택시와 유사한 베이직 서비스를 접으면서 비슷한 플랫폼 사업체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카카오 모빌리티는 영업을 계속하려고 아예 택시 회사를 사야 했다. 한마디로, 전통 택시산업 틀 안에 모빌리티 사업을 욱여놓았으니 소멸할 택시면허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혁신은 뒷걸음질 친 거다.

혹자는 모빌리티 기업 몇 개 죽고 사는 게 무슨 대수냐고, 택시기사 생존권과 재산권이 훨씬 중요하다 말할지 모르겠다. 물론 신산업 등장으로 구산업 종사자가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 수는 없다. 자율주행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성장 동력 큰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에서 적기를 놓치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하는 말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가 5일 발표한 핵심 신흥 기술 순위에서 한국의 AI 분야 순위가 1위 미국(90.8점)과 2위 중국(58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위(14.1점)로 나오는 등 최근 여러 글로벌 순위에서 한국이 경쟁국 대비 밀리는 데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방향 설정도 분명 한몫했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에 꼭 당부하고 싶다. 대선 공약대로 AI에 과학기술 정책의 방점을 찍고 100조 투자 공약을 이행할 과학부총리직 신설까지 염두에 둔다는데,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얽매어 미래를 갉아먹지 않으면 좋겠다. 지난 5일 첫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플랫폼 기업 옥죄는 공정위 인력 충원을 주문했다기에 걱정이 돼 하는 말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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